임진왜란 통신사와 닮았다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4-12-05 19:34:17

{ILINK:1} “임진왜란 전 일본에 사신으로 갔던 통신사들의 보고나 이라크 현지조사단의 보고서는 너무나 닮았다.”

국회 국방위의 이라크 조사단이 이라크 아르빌 현지조사를 마쳤으나 파병연장 동의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을 비아냥거리며 하는 말이다.

실제로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전 1590년 당시 선조가 동인의 김성일과 서인의 황윤길을 일본에 사신으로 보내 동태를 파악하도록 했을 때, 김성일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체구와 외모가 쥐와 흡사하게 생겨 감히 조선을 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황윤길은 “일본은 반드시 조선을 침략할 것”이라는 상반된 보고를 했다.

선조는 일본의 침략을 예상하는 황윤길의 보고를 무시하고, 김성일의 의견을 받아들여 국방을 소홀히 하고 말았다. 늦게서야 일본의 대륙 침략 계획을 알아 낸 조정은 요충지인 영남에 힘을 기울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고, 다만 전라 좌수사 이순신만이 전쟁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로 인해 조선은 결국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라크 파병과 관련, 똑같은 현상이 현지 조사단에 의해 재연되고 있으니 어찌된 노릇인가.

여야 국방위원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지난 3일 방문결과 기자회견에서 자이툰 부대가 안정적 주둔 여건을 갖췄고, 에르빌 정부협력 하에 다중 방호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며, 성공적인 민사작전 수행으로 주민지지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의 보고는 다르다.

그는 “쿠르드지역 민사작전으로 여타 아랍권과의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심지어 임 의원은 “파병에 우호적인 인사들만 면담하고 돌아왔다”는 폭탄선언까지 했다.

그런데도 정부와 국회는 임 의원의 견해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임진왜란 전 선조가 황윤길의 보고를 무시하고 듣기 좋은 소리만 한 김성일의 의견을 선택한 것처럼, ‘파병연장 동의’를 당연시 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니 어찌 걱정스럽지 않겠는가.

사실 지금은 파병된 대다수의 국가들이 철군 방침을 밝히고 있는 마당이다.

게다가 이미 에르빌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는 국회가 동의해준 평화재건 임무 수행을 하지 못하고 있을만큼 위태로운 상황이다. 그런데도 어떻게 ‘파병연장’이라는 결론을 이렇게 쉽게 내어놓을 수 있단 말인가.

사실 에르빌 현지에 단 하루만 머물고 돌아온 조사단의 보고는 신뢰하기 어렵다. 그 말을 신뢰하는 것은 마치 선조가 김성일의 의견을 받아들였다가 조선 전 국토를 전화에 휩싸이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따라서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공청회나 국민설명회 과정을 거쳐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신중한 검토와 이를 위한 국민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정부와 국회는 깊이 명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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