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파병연장 동의안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시민일보
| 2004-12-09 18:44:12
{ILINK:1} 손학규 경기지사는 어제 노무현 대통령이 외국순방 귀국길에 이라크내 자이툰 부대를 방문한 것과 관련, “이라크 주둔 병사들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커다란 격려가 되고 큰 힘이 되었다”며 “아주 잘한 일”이라고 환영했다.
그는 또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것은 평화유지 뿐만 아니라 이라크의 자활과 재건을 돕는 것”이라는 말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들만의 생각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라크 민중의 생각을 알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파병의 당위성으로 거론되는 것들에 대해서도 정확한 사실파악이 안돼 있는 상태다.
이라크 향후 정세나 평화재건임무 수행 가능성, 또 쿠르드족 자치지역의 내전갈등 가능성, 그리고 구체적 국익 등 꼼꼼히 체크해야 할 부분이 산적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이런 문제들을 검토하려면 최소한 몇날 며칠 고민은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국회 국방위원회는 8일 ‘국군부대의이라크파견연장동의안’을 통과시키고, 이를 본회의로 넘기고 말았다. 이날 아프간 파병연장의안(의료부대, 공병부대)도 함께 처리됐다. 그런데 가관인 것은 이 두 안건을 처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2시간 30분이었다고 한다.
과연 이 짧은 시간에 이런 모든 문제들을 제대로 검토할 수 있었을까?
어림도 없는 일이다. 국방위가 단 2시간만의 형식적인 토론으로 파병연장을 승인한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더구나 국방위 스스로 ‘재검토 결의안’과 민노당이 제출한 ‘철군결의안’은 연장동의안 논의 시 같이 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혀 놓고서도, 이에 대한 찬반투표는 고사하고 토론시간마저도 갖지 않았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사실 파병을 하게 될 경우, 우리 군과 국민, 그리고 이라크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부담과 위험은 무엇인지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국익을 위해서도 매우 유익한 일이다. 국방위가 이를 배제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는 말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임종인, 박찬석 등 일부 국방위원들이 요청한 공청회 개최 요청마저 일방적으로 묵살해 버렸다는 점이다. 이는 “국방위가 국민들과 열린 논의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는 참여연대의 지적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는 셈이다.
그나마 85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전원위원회 소집을 요구함으로써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파병연장 시도에 일단 제동을 건 것은 불행 중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장과 국회교섭단체 대표들의 비협조적 태도로 인해 전원위원회 제안이 받아들여질 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미국의 힘’을 ‘정의’로 여기는 정치권의 패배주의는 오늘도 국민의 안전이나 이라크 정세보다 미국의 안색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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