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와 원유철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4-12-21 21:12:57
{ILINK:1} 이상수와 원유철.
이 두 사람은 모두 전직 국회의원들로 지난 16대 대선 당시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는 점에서 일단 닮은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두사람은 결코 닮을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가치관의 차이다.
대선 당시 노무현 캠프의 돈줄을 총괄하는 책임자였던 이상수 전 의원은 법정에서 “누군가 마셔야 할 독배라면 내가 떳떳이 마시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 속에서 고달픈 노후보 캠프의 살림을 꾸리는 사람으로서 돈을 잠시 만졌을(?) 뿐이다.
물론 자신이 쓴 돈은 한품도 없었다.
지금까지의 정치판 관행대로였다면 그는 지금쯤 ‘공신’ 예우를 받으며, 느긋하게 출세를 향해 줄달음질 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불법대선자금 수수혐의로 한 겨울 영어의 몸이 되어 차디찬 감옥에 들어갔다가 최근에야 나올 수 있었다. 물론 지난 17대 총선에는 출마하지도 못했다. 지금은 미국에서 사실상 유랑과 다를 바 없는 유학을 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들이 그에게는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기꺼이 ‘독배’를 마셨던 것이다.
반면 원유철 전 의원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는 심지어 “대선 당시 다른 지역구 의원들도 당으로부터 비슷한 액수의 대선 활동비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독 입당파 의원들에 대해서만 활동비 지원을 문제삼는 것은 편파적”이라는 말도 했다.
도무지 죄의식이라고는 없어 보인다.
실제로 그는 “민주당에서도 현금으로 선거 활동비를 지원받은 사실이 있으며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지만 일례로 지방선거 때는 1000만원을 받은 일도 있다”고 언급하면서 대선 활동비 지원은 정치권 관행임을 강조했다.
정치권의 관행을 따른 것이 무슨 죄냐는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관행은 분명히 죄다.
이상수 전 의원이 그 점을 분명히 인식시켜 주었다.
사실 이 전 의원이 받은 자금은 모두 대선자금으로 사용됐다. 그런면에서 분명히 억울한 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 전 의원의 경우는 아직 그런 사실조차 명백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비록 드러난 액수가 적다고는 하나 이런 면에서 볼 때, 원유철 전 의원의 죄는 결코 이상수 전 의원의 죄보다 가볍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 원 의원의 앞에 놓인 것이 잘못된 정치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독배’라면, 기꺼이 마셔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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