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4-12-22 21:05:01

{ILINK:1} 정치분야의 대표적 개혁입법으로 꼽히던 불법 정치자금 과세 법안이 표류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국회의원 대다수가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정치인에 대해 특혜를 주는 정부의 조세특례제한법개정안을 수정 없이 통과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10석의 소수정당인 민주노동당만이 “정부와 여당의 정치개혁 의지가 의심스럽다”며 입법의지를 강력히 밝히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태에서 연내에 법안을 처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어쩌면 조세심사소위가 ‘17대 국회에서 정치개혁에 역행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첫번째 소위’라는 오명을 안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걱정이다.

실제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조세심사소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지난 21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불법 정치자금 과세를 골자로 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찬반양론이 극명히 갈리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이것은 과거 “불법정치자금의 국고환수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큰소리치던 열린우리당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다.

물론 제1야당인 한나라당도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오히려 “과거 ‘차떼기’로 대변되는 불법적인 정치자금 수수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불법자금에 대한 과세에 대해서는 온갖 궤변을 들이대며 재경부가 제출한 법안을 그냥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 정치자금에 대해서는 반드시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의견이 이미 사회적 공감대로 형성된 마당이다.
왜 다른 불법자금(뇌물이나 배임수재)과 달리 유독 과거 불법정치자금에 대해서만 과세를 면해주고 몰수(추징)시 환급을 청구할 권리를 주어야 하는지 필자로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깨끗한 정치구현’을 소리 높게 외치던 17대 국회가 자신들에게 면죄부를 부여하기 위해 추악한 몸짓을 마다않는 현실을 바라보아야 하는 필자의 마음은 비통하기 이를 데 없다.

물론 국민의 마음도 필자의 심정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참여연대가 최근 논평을 내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며 정치권을 신랄히 비판하고 나섰겠는가.

불법 정치자금은 이미 형사처벌을 받아 몰수·추징됐더라도 불법소득인 만큼 세금을 물려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또 과거 불법 정치자금에 대해 소급과세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검은 돈에 면죄부를 주는 행위와 다를 바 없는 것으로, 소급과세는 필연적이라 할 것이다.

정치권이 ‘현실론’을 들먹이며, 계속해서 이를 거부한다면 국민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세법안심사소위는 우선 비공개로 진행되는 논의를 언론과 국민 앞에 개방하는 전향적 자세를 취하는 동시에 분명한 개혁입법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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