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개혁법 관철 어떻게 하나?
김 영 춘 (국회의원)
시민일보
| 2004-12-23 20:15:32
{ILINK:1} 최근 여야 대표 4인회담이 있었다. 오늘 아침 열린우리당의 의원총회에서 많은 의원들은 그 회담의 합의사항에 대해 격렬하게 성토했다.
4시간30분 동안의 격론 끝에 결국 합의를 추인하고 연말까지 4대 법안의 처리를 위해 온 힘을 다하자고 결정했지만 비판자들은 지도부 불신임과 합의무효를 주장할 정도로 격했다.
이제 보안법 폐지는 물건너갔다, 한나라당에게 당했다, 무엇 하나 얻어낸 게 없다는 것이 그 분노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인터넷사이트들을 돌아보니 “한나라당과 무슨 협상이냐? 국민들이 괜히 과반수 만들어줬나? 강공으로 밀어붙이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고 경호권 발동해서 한나라당 의원들 끌어내고 처리해야 한다”는 분격과 배신감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참 쉽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협상이 아닌 길은 얼마나 성공의 가능성이 있는 길인가? 예상 경로는 이렇다.
한나라당은 법사위 점거 농성을 계속한다. 보안법 뿐만 아니라 모든 법안이 가까스로 상임위를 통과하더라도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에서 묶여버린다.
우리당은 법사위 회의실을 기습하여 한나라당 의원들을 들어내고 모든 법안들을 일사천리로 처리하여 본회의에 회부한다. 혹은 그 방법을 포기하고 의장에게 본회의 직권상정을 요구한다.
한나라당 의원 121명은 그 즉시 본회의 의장석 점거농성, 아니면 본회의장 봉쇄 농성에 돌입한다.
국회의장은 직권상정 혹은 본회의 사회를 거부한다(국회의장은 국보법을 무리하게 일방 처리하면 나라가 혼란에 빠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당 의원들은 법안의 처리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 등으로 국회의장을 압박한다.
이제 남은 길은 양자택일이다. 만약 의장이 사회를 끝끝내 거부해 버리면 우리당은 정말 우스운 꼴이 된다.
우리당 출신 국회의장이기 때문에 하소연할 데도 없다. 헌법과 국회법에는 의장 불신임 규정이 없다. 기껏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사퇴권고 결의안을 정치적으로 통과시키고 의장의 사회를 거부하는 정도일 것이다. 이것도 정말 코미디 같은 모양이 될 것이다.
그나마 어떻게 해서든 국회의장이 사회를 보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로서는 최상의 길이다. 그렇게 되더라도 첩첩산중의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을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장공관과 김덕규 부의장 집부터 봉쇄를 할 것이다.
그 인원들도 사람을 놓치면 본회의장으로 몰려들 것이다.
우리당은 탄핵사태 때 47명으로 사흘 동안 의장석을 사수하다 새벽 3시에 무너졌다.
100명 남짓한 국회경위들과 우리당 의원들로서는 각목을 동원하는 등, 유혈의 참사를 감수하지 않는 한(이렇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한나라당 121명 의원들의 결사적인 저지망을 뚫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이것이 강행 시나리오의 냉정한 전망이다.
우리당으로서는 보안법 폐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자기만족적 평가를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과는 없다. 보안법 뿐만 아니라 모든 국정과제들과 개혁, 민생 법안들도 다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내년에도 연초부터 계속 전투를 이어가야 한다. 이것이 야당도 아닌 집권 여당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인가? 너무 무책임하지 않은가? 그래서 강온 양면 전략은 불가피하다.
3회전으로 치러지는 아마복싱에서는 1회 KO승이 최상이겠으나 정치에서는 오히려 3회 판정승이 최선인 경우가 많다. 개혁법안 처리를 놓고 보면 보안법 상정과 한나라당의 법사위 점거국면은 강공 위주의 1회전이었다.
이제 협상전략을 선택한 2회전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협상으로 문제를 풀 바에는 어제와 같은 합의문이 불가피했다.
우리당 협상 당사자들도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합의였을 것이다.
그 합의는 일부가 예단하듯이 보안법 등을 처리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아니었다. 4대 개혁법과 쟁점 법안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놓고 그 시기와 절차, 규칙을 정한 합의였다.
그나마도 불완전한 규칙이므로 향후 상임위 토론과 4인 회담에서 분쟁이 재연될 소지가 크다.
이제 남은 숙제는 앞으로 1주일 동안의 토론과 협상에서 얼마나 많은 성과를 쟁취해 내는가 하는 문제이다.
타결할 수 있는 것은 타결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는 처리의 향후 시간표를 확보해 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 선택이 강공 일변도로 나가는 것보다 성사 가능성이 더 높은 현실적 경로라고 나는 확신한다.
협상이 결렬된다면 마지막 순간에 강행처리를 하는 방법도 아직은 열려있다. 불가피하게 선택한 이 막바지 회전이 실패로 돌아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그때 지도부는, 적어도 천정배 대표를 비롯한 원내대표단은 의원들과 당원들에게 신임을 물어야 한다.
그로부터 우리당은 다시 2005년의 정국 운영틀을 새로 짜고 다시 출발해야 한다. 그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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