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차원‘아시아지진 재난 대책반’구성 시급

권 영 길 국회의원

시민일보

| 2005-01-02 19:54:16

{ILINK:1} 12월26일 동남아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과 해일 이후, 이미 12만명에 육박하는 사망자 수와 전염병·식수난의 고통이 가중된 500만여 이재민의 모습은 지옥을 연상케 하는 인류의 재앙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사망 8명, 실종 8명, 미확인 600여명으로 확인된 우리 국민의 피해현황도 시간이 갈수록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세계적 재앙의 심각성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우리 정부의 대처다. 사건발생 6일째인 오늘까지 정부는 사망자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해외지역으로의 출국자 명단과 해당국가의 입국자 명단, 우리 여행사 등을 통하여 실종자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정확한 수치를 가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국가기관의 위기대처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사건 발생 5일째를 맞이하는 오늘 아침까지 구체적으로 내놓은 대책은 처음 60만달러 결정 후 여론의 비난으로 증액시킨 재난복구지원금 500만 달러(약52억원) 책정이 고작이었다.

한편 현재까지 세계 각 기구 및 국가들은 5억달러 정도의 구호지원금을 약속한 상태다. 세계은행 2억5000만 달러, 영국 9600만 달러, EU 4400만 달러, 미국 3500만 달러, 캐나다 3300만 달러, 일본 3000만 달러 등이다.

이는 우리의 국제적 위상과 경제협력수준에 비하면 체면치례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이와 함께 매일 만 명 이상 사망자가 증가하는 긴급 상황에서 아직도 긴급대책기구조차 구성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모습은 재외국민보호에 대한 국가의 기본정책 부재와 세계적 재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저급한 수준을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

문제는 생사의 기로에 처해있는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정부조치가 뒤늦게 그리고 적절치 못하게 취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에는 재외공관 및 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대한 현지 우리 국민들의 강한 분노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태국의 한 신혼부부는 “태국 측이 현지에 마련한 임시 영사관에 한국직원들만 없어 고생이 더 심했다”며 “다른 나라는 숙소로 찾아와 생사를 확인하고 데려가는 판에 이럴 수가 있느냐”고 울분을 참지 못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민관합동종합지원대책기구』의 발족검토를 지시한 것은 사건발생 4일만이었고, 그것도 긴급대책회의가 아닌 청와대 초청 오찬 도중이었다. 더욱이 엊그제에는, 전 국민들이 놀람과 슬픔에 망연자실해 있는 가운데 책임기관인 외교통상부가 4명의 직원만을 종합상황실에 남긴 채, ‘송년음악회 및 만찬’을 가졌다는 언론보도는 국민들을 아연실색케 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늦장대응은 ‘천재를 인재로 바꾸는 것은 아닌가’하는 심각한 우려를 갖게 한다.

정쟁을 파국으로 몰고 가면서, 정부역할에 대한 신중한 감독과 대안적 정책제시 기능이 마비된 국회 또한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가 사상 유례없는 재난에 대한 효과적인 구난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국회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첫째, 국회는 동남아 ‘재난지역 피해자 구호조치’, ‘전염병 등에 따른 추가피해 예방조치’, ‘우리국민 사상자의 치료, 실종자구조, 유해발굴, 사상자 송환조치’를 위해, 정부가 동남아 재난지역 인도적 구호활동을 효과적으로 전개할 수 있도록 신속한 『예산·인력지원 특별대책』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는 유관상임위 긴급협의를 통해 『아시아 지진·해일 재난 대책반』을 시급히 구성해야 한다.

둘째, 국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의 국제적 위상과 경제적 수준에 걸맞는 해외재난지역 인도적 구호·재건지원의 필요성을 인지하게 되었다. 특히 전세계적 환경오염, 자연재해, 지역분쟁 등으로 인한 국제사회 내 재난피해가 급증하는 현실 속에서, 국제적 지도국의 위상과 경제협력을 중요시하는 우리 국회는 책임있고 안정된 『해외재난 구호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해외재난 구호시스템』은 국가간 협력 및 ‘인도적 지원’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인도적 지원’을 통한 외교활동이야말로 우리나라가 국제적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진정한 국익에 부합되는 것이다.

셋째, 민주노동당을 비롯하여 여·야가 고 김선일씨 사건을 계기로 입법추진한 『재외국민보호법』은 현재 국회의 공전으로 통외통위상임위에 계류중이다. 이번 재난을 계기로 국회는 계류중인 동 법안을 조속히 제정하고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예산·인력 확충계획의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국회는 국내외 위난상황에 처한 우리 국민의 피해를 신속·정확하게 파악하고, 국민들이 보다 안전하게 위난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국가의 재난관리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