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신강균 파문’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5-01-09 20:56:30

{ILINK:1} MBC의 간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인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의 `명품 핸드백 파문’이 급기야 신강균 차장과 강성주 MBC 보도국장의 보직 사퇴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이와 관련한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언론시민단체의 비난 성명서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MBC는 사건 연루자이자 동시에 고발자인 이상호 기자가 미국출장에서 돌아오는 9일부터 추가 진상조사를 펼칠 계획이어서 이 불똥이 또 어디로 번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지난 연말 SBS 윤세영 회장의 처남인 변 탁 (주)태영 부회장이 강 국장, 신 차장, 이 기자 등과 저녁자리를 갖고, 이 자리에서 SBS의 ‘물 캠페인’에 대해 해명한 후 이들에게 명품(구찌) 고급 가방을 선물했다. 다음날 강 국장과 신 차장은 변 씨를 만나 가방을 돌려줬으며, 이 기자는 우편으로 이를 돌려보냈다. 이 같은 사실은 이 기자가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양심고백을 하면서 알려졌다.

이 기자는 당시 글에서 “회사 선배가 저녁을 내겠다고 해 가보니 자신이 프로그램을 통해 비리를 보도한 회사의 사장이 와 있었고 술자리 후 쇼핑백에 든 선물을 받아왔다가 고가의 구찌 핸드백인 것을 알고 고민 끝에 사흘 뒤 돌려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 차장은 “SBS의 물 캠페인 보도로 생긴 ‘불편한 관계를 털어보려고’ 변 부회장을 만났다”고 밝혔다.

물론 기자도 사람인 이상 누구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 심사 편할 리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의 선택은 인간적인 면에서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이 사건은 권력과 자본을 감시, 비판, 견제해야 하는 언론이 오히려 그들과 유착, 언제라도 특권층에 합류할 수 있는 위험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신 차장의 선택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 할 것이다.

더구나 해당 프로그램이 사건과 뉴스의 이면을 파헤치는 것으로 비교적 호평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실제로 ‘사실은’은 그동안 ‘전두환 비자금 추적’ ‘철모 등 군납비리’ 등 언론과 사회의 성역을 깨뜨리는 소재를 보도하면서, 과감하고 끈질긴 보도태도를 보였다. 이로 인해 언론계 일각에서는 ‘사실은’팀이 탐사보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 마당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부패한 취재원과의 사적 인연을 내세워 단지 ‘불편한 관계를 풀어 보려고’ 그들과 주저 없이 만나 술자리를 함께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다니 참으로 참담하다.

사실 모든 언론인들은 언제라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일을 계기로 언론계는 자체 윤리강령 제정 및 강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물론 언론인 각자가 평소 분명한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이를 실천하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지금은 언론계 전체의 자성과 분발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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