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 국민을 도와주소서

송 영 선 (국회의원)

시민일보

| 2005-01-12 20:58:30

{ILINK:1} 최근 ‘알레자’라는 이라크 극렬 무장단체 인터넷 사이트에 ‘탄짐 알 지하드’라고 밝힌 무장단체가 한국인 2명을 납치했다는 내용이 발표되었다. ‘알레자’라는 사이트가 故 김선일씨 피살사건의 주범인 알 자르카위 조직의 공식 홈페이지라는 점에서 더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또한 故 김선일씨 사건이 일어난 지 불과 6개월여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고, 자이툰 부대의 ‘파병연장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한지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민적 충격과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9일 밤이 되어서야 첩보사실을 확인하고 NSC 주재로 긴급대책회의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리고 자이툰 부대원들과 부대 내 ‘코리아센터’에 체류 중인 민간인 63명은 전원 무사하다고 발표했다. 물론 다행스러운 일이고 무사해야만 한다.

그러나 문제점은 故 김선일씨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대응과정과 방법에 있다.

첫째, 테러단체가 요구한 ‘72시간 내 철군’ 시한을 이미 지난 시점에서 무장단체의 납치 첩보를 입수한 것이 문제이다.

우리는 이미 故 김선일씨 사건에서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정부의 현지정보력과 늑장대응으로 협상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아까운 생명을 잃었다.

만일 이번 첩보가 그들의 주장대로 사실이라면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또다시 불행한 결말을 맞을 수밖에 없는 결과가 초래되었을 것이다.

정부는 벌써 6개월 전의 사건을 잊은 듯 하다.

이번 사건으로, 외교부는 故 김선일씨 사건 때 주어진 면죄부에 자족하며, 그때의 전 국민적 분노와 충격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즉, 자국민을 무참히 살해한 집단에 대한 색출과 응징 노력은커녕 지속적으로 그들의 활동을 감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인 그들의 인터넷 사이트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가 드러난 셈이기 때문이다.

둘째, 재외 한국인과 출·입국자에 대한 관리가 여전히 허술하고 빈틈이 많다는 것이다.

故 김선일씨 사건이후 외교부에서는 이라크를 비롯한 위험지역으로의 출입국과 체류에 대해서 철저한 제한과 관리를 공언했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자발적으로 자이툰 부대내 코리아센터에 체류 중인 한국인을 제외하고 이라크에 거주 또는 체류 중인 한국인에 대한 철저한 파악과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물론 불법적으로 사업 및 선교 명목으로 이라크로 들어간 일부 인원에 대한 소재파악과 관리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단지 그것이 어렵다고 또 그들의 선택이라고 그냥 방치하는 것은 국가기관이 국민의 자살을 방조하는 것과 같은 행위이다.

불법적으로 이라크로 들어갈 징후가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대상자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밀착관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의 소지는 기술적인 문제이다. 그들이 외국에서 사고를 당했을 경우의 국가적 손실과 파장을 고려한다면 이렇게 무사 안일한 대응을 해서는 안 된다.

작년연말 동남아에서 발생한 해일사건이 발생한지 보름여가 지나도록 여전히 한국인의 사망과 실종을 비롯한 피해 집계가 오리무중인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출입국 절차와 국외 여행 및 거주 한국인에 대한 관리의 총체적 부실은 우리정부가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우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또 각국 공관의 문턱이 높아 국외에서 재난과 위험을 당한 우리국민이 분통을 터트리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도 이를 잘 말해주는 증거가 된다.

셋째, 재난 및 테러 대응 시스템의 문제이다.

故 김선일씨 사건에서 무기력한 우리의 테러 대응 시스템에 대한 지적과 발전방안에 대한 많은 의견과 논란이 있었다. 6개월여가 지난 지금 어떠한 시스템이 새로 구축되고 발전적 변화를 꾀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이번 한국인 납치 첩보 이후의 정부의 대응은 고작 ‘NSC 주재 긴급대책회의’ 이외에는 발표된 것이 없다.

물론 첩보수준의 위협이고 또 신빙성에 다소 의문이 간다고 할지라도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를 불상사에 대한 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현재 대테러 매트릭스의 작동여부와 그런 것이 존재하기나 하는지 다시 한번 되짚어 볼 일이다.

만일 국외에서 발생한 재난 및 대테러 대응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면 이번 해일 사건과 같은 전 세계적 재난 시 우리 국민을 위한 최소한의 대응은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이 기회에 확인되어야 한다.

가족을 잃은 유가족이 직접 현지에서 손으로 잔해를 파헤치며 가족의 시신을 찾고 있는 애처로운 모습에서 슬픔을 넘어서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가의 위기를 개인의 희생으로 극복해온 역사를 이야기하고 자랑스럽게 교육하고 있다.

그러나 이젠 개인의 위기를 국가가 희생과 봉사로 구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 국가가 자랑스럽게 국민에게 내세울 21세기의 새로운 역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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