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지사의 ‘주도세력 교체론’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5-01-16 20:38:51

{ILINK:1}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대권 행보가 빨라지면서 그의 ‘주도세력 교체론’이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손 지사는 을유년 새해를 맞아 각 언론사와의 만남에서 “금년 우리 정치권의 화두는 ‘주도세력 교체론’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주도세력교체론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는 “근대화세력을 바탕으로 하고 새로운 진보와 새로운 안보체제를 만들어갈 수 있는 세력을 다 같이 아우르는 미래지향적인 자유주의 세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손 지사측은 이를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근대화-산업화 세력과 80년대 개혁논리의 연장선에 있는 노무현 정부와의 차별성을 극대화시킨 표현’이라고 주장하지만 필자가 판단하기에는 그 한계가 너무나 모호하다.

물론 손 지사의 의도를 모르는 바 아니다.

손 지사가 지칭한 ‘근대화 세력’은 다분히 박근혜 당 대표를 의식한 것이며, ‘산업화 세력’이라함은 이명박 서울시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임을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이명박 서울시장도 이와 유사한 말을 했다.

이 시장은 최근 기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개혁과 혁명이라는 말 대신 `빠른 변화’와 `늦은 변화’라는 말을 사용해야 된다”며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정치’를 펼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즉 “근대화 세력을 바탕으로 하고 여기에 새로운 진보와 새로운 안보세력을 아우르는 미래지향적 자유주의 세력”이라는 손 지사의 주도세력 교체론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정치’라는 이 시장의 말과 다를 바 없다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손 지사의 주도세력 교체론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손 지사가 기왕 주도세력 교체론을 들고 나온 만큼, 그 실체에 대해서는 보다 명확한 선을 분명하게 그어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손 지사의 ‘근대화-산업화 세력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은 과거 3공, 5공으로 이어지는 모든 기득권 세력을 기본 뼈대로 한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여기에 보기 좋게 새로운 진보(아마도 ‘뉴라이트 운동’세력을 지칭하는 것 같은데)를 가미한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더구나 손 지사가 말하는 ‘새로운 안보체제를 만들어가는 세력’이라는 것은 그 실체가 너무나 모호하다.

따라서 손 지사는 주도세력 교체론을 역설하면서도 결국 아무것도 버리지 않겠다는 뜻을 은연중에 내비치고 말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필자가 항상 하는 말이지만 잘 달리는 말에 날개를 달면, 그 말은 달리기도 잘하고 필요에 따라 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실상 그 말은 날지도 못하고 달리지도 못하는 장애마가 되고 만다는 것을 손 지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손 지사가 진정으로 수구냉전세대와 선을 긋는 ‘주도세력 교체론’을 주장한다면, 그 실체를 보다 명확하게 밝혀주기 바란다. 물론 이 말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정치’를 펴겠다는 이명박 시장에게도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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