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시장, 호기인가 위기인가

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

| 2005-01-19 21:26:55

{ILINK:1} 한일협정 반대데모에 참여했던 학생운동가 출신들의 모임인 ‘6.3동지회’가 어제 모임을 가진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한일협정 진상조사특위를 조속히 구성하고 당시 굴욕적 협정을 체결한 당사자들은 특위에 출석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특히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역사적 문제는 역사학자가 풀어야 한다”고 말한데 대해 “정치인들의 행위에 대해 역사가들이 평가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과오를 덮거나 회피하려는 꼼수로 보이게 된다”며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그동안 세간에서 잊혀졌던 ‘6.3동지회’이름이 이제 다시 주목을 받게 됐다는 점에서 이명박 서울시장에게는 호기가 될 수도 있다.

이 시장이 바로 ‘6.3동지회’멤버인 까닭이다.

이날 오전 7시경에 있던 모임에는 이 시장을 비롯,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 이재오 의원, 박정훈, 유영렬, 김영수, 장명봉, 김도현, 이근진, 오성섭, 최윤관, 곽영상 등 ‘6·3동지회’ 전·현직 회장단이 모두 참석했다.

이들의 지원은 이 시장의 대권가도에 상당한 힘이 될 수 있다.

특히 한일협정 문제가 최근 가장 주요한 이슈로 등장한 만큼, 이 문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향후 그의 입지가 달라질 수도 있다.

문제는 진상규명에 대한 이시장의 의지다.

사실 이번 한일협정 문서 공개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도 같다. 관련 문서 57권 가운데 불과 5권이 공개됐을 뿐이다. 그런데도 파장이 엄청나다. 모두 공개된다면, 그 파장이 어느 정도가 될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이 문제는 과거사 정립차원에서 확실하게 매듭을 지어야 한다. 여야를 불문하고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려고 들어서는 곤란하다는 말이다. 즉 한일협정에 대한 확실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 시장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고 있는 것 같다.

이 시장은 “(한일협정 문서가) 노무현 정부 하에서 공개됐다”고 말하고 “우리는 중립적으로 하는데 (여권은) 자꾸 정치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나갈 위험성이 있다”면서 한일협정 문서 공개의 정치적 `이용’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물론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에 대해서는 필자는 물론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판단하기에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은 여권이 아니라 오히려 한나라당이다.

특히 박근혜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이뤄진 한일협정의 공개로 자신에게 불똥이 튈 것을 경계하면서, 적당히 넘어가기를 원하는 것 같다.

박 대표가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라”며 공세를 이어가는 것도 이 같은 심리에서 비롯된 것일 게다. 그런데 이 시장이 여기에 동조하는 듯한 말을 하고 있으니 걱정스럽다.

한일협정 당시 이를 반대하느라 옥고까지 치른 이 시장이 무엇이 두려워 이를 ‘쉬쉬’하며, 그냥 덮으려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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