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서민정책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시민일보
| 2005-01-25 20:22:21
{ILINK:1} 지금 민생경제가 영 말이 아니다. 실제로 신용불량자나 청년실업자 문제가 미치는 여파는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여야 각 정당은 물론, 정부와 청와대까지 나서서 저마다 민생경제를 걱정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정세균 원내대표는 취임인사를 통해 ‘민생경제’를 강조했다.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도 어제 “경제가 어려운 이 시점에 경제통으로 알려진 정 의원이 여당 원내사령탑을 맡게 돼 기대가 크다”면서 “성공하는 개혁을 강조하고 민생경제 살리기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뜻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새해를 맞아 민생경제 살리기와 선진경제·선진한국 구축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발표한 건교부의 무주택 서민정책이라는 것이 참으로 가관이다.
고작해야 무주택자를 울리는 ‘거짓 서민정책’을 방편으로 내놓았다.
건교부는 원가연동제가 적용되는 25.7평 이하의 아파트를 친환경건설업체나 소비자만족도지수 및 연구개발비의 비율이 높은 건설업체가 공급할 경우, 소위 ‘분양가 인센티브’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건축비에 가산비용을 부여해 높은 분양가를 받도록 해 주겠다는 말이다.
가령 이 같은 방식을 판교에 지어지는 새 아파트에 적용할 경우 평당 분양가는 얼마나 될까.
경실련은 평당 960만원까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 분양가를 최고 12%까지 높게 받을 수 있게 되며, 평당 860만원 정도가 예상되던 판교는 원가연동제를 적용하더라도 평당 960만원까지 대폭 인상될 수 있다는 얘기이다.
과연 평당 960만원짜리 아파트를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서민정책이다.
물론 저렴한 주택가격의 아파트를 무주택시민들에게 공급하겠다는 당초 법안개정 취지와도 어긋나는 것이다.
말로는 서민정책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주택건설업체에 대한 특혜에 불과하다. 따라서 건교부는 ‘거짓원가와 특혜로 얼룩진 원가연동제’를 폐지하고 공영개발로 공공소유주택을 확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마땅하다.
아울러 주공아파트의 실제 공사비를 토대로 매년 고시하고 있는 표준건축비는 무시한 채 주택건설업체의 일방적 주장만을 받아들여 분양가 인센티브라는 특혜를 베풀 것이 아니라 건축비의 투명성 확보와 감리강화를 통해 부실시공을 사전에 예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건교부는 무엇이 진정 서민을 위한 정책인지를 이제부터라도 면밀하게 검토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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