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사람들’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1-25 20:23:05
{ILINK:1} 지금 온 장안이 한 편의 영화로 떠들썩하다.
바로 지난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사건을 둘러싼 당시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다룬 ‘그때 그 사람들’(임상수 감독, 제작 MK픽처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엊그제 열린 공개시사회에서 국내외 기자들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인 것만 봐도 그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가늠할 수 있는 일이다.
이날 시사회에는 정청래, 이인영, 김재홍, 배기선 열린우리당 의원과 이계진,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 손봉숙 민주당 의원, 천영세 의원을 비롯한 민노당 당 관계자들과 시민단체에서도 대거 참석했다고 하니,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필자가 특별히 이 영화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조금 다르다.
정치적 관심사라기보다는 단지 박 전대통령의 아들인 지만씨가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지난 21일 1차 심리에 이어 오는 28일 2차 심리를 갖고 이달 말까지 결론을 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영화는 오는 2월3일 개봉될 예정이지만, 현재 소송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예정대로 개봉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러면 지만씨는 왜 이 영화에 대해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을까.
아마도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박 전대통령에게 두번째로 총을 겨누면서 “다카키 마사오”라고 박 전 대통령의 일본 이름을 부른 것이 주요 원인인 듯 싶다.
게다가 영화 속에서 중앙정보부(현 국정원) 직원들이 당구를 치면서 국가보안법을 조롱하는 대사는 지만씨는 물론,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는 수구세력들로 하여금 견딜 수 없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이다. 여기에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이냐를 묻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김 전 부장이 진짜 박 전 대통령에게 ‘다카키 마사오’라고 불렀는지도 확실치 않다.
특히 영화 속에서 김 부장의 거사는 필연과 우연의 뒤범벅이다.
어떻게 보면 치밀한 계획이 있었던 듯하고, 또 어찌 보면 모두가 우연인 것 같기도 하다.
영화는 여전히 진실규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사실 한 편의 영화가 그때 그 사건의 모든 진실을 알려줄 수는 없는 노릇일 것이다. 또 그것을 기대한다면 미친 짓이다.
실제로 이 영화는 김 전 부장을 민주주의자로서 유신의 심장을 쏜 사람으로 기억할 것인지, 아니면 한낱 돈키호테적 과대망상에 빠진 사람으로 볼 건지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그 판단은 어디까지나 영화를 본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다.
따라서 이를 두고 정치권이 일희일비한다는 것은 저급한 수준의 코미디에 불과할 뿐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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