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와 구청장들의 갈등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1-26 19:56:28

{ILINK:1} 서울구청장협의회와 서울시 선관위 싸움이 급기야 전국공무원노조와 중앙선관위까지 가세하는 형국으로 확산되고 말았다.

서울 구청장들이 지난 추석명절 때 불우이웃을 돕는 차원에서 경로당에 위문품을 보낸 것이 화근이었다.

당시 구청장 대부분은 별다른 뜻 없이 예전에 해오던 방식대로 떡이나 과일 등을 장만, ‘미풍양속’이라며 위문품을 경로당에 보냈을 뿐이었다. 그 때만 해도 사건이 이처럼 확대되리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 선관위가 이를 선거법 위반이라며 검찰에 무더기로 구청장이나 관계공무원들을 고발하고 말았다.
차기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자신의 얼굴이나 이름을 알리게 하기 위해 선심성 행사를 벌이거나 각계각층에 지원사업을 벌이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 선거법의 취지라는 선관위의 설명이다.

물론 굳이 법을 따지자면 선관위의 주장이 틀린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명절을 앞두고 경로당에 위문품을 보낸 행위까지 제한하는 개정 선거법에 따른 규제는 아무래도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더구나 3선 연임제한에 묶여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지도 않는 구청장까지 이번에 고발됐다고 하니,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특히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도 어제 ‘시·도 행정부시장·부지사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방자치단체에 “동절기에 노숙자 쪽방거주자 결식아동 등 소외·취약계층에 대한 급식지원 등 생계 보호 대책을 강구하고 영세민, 소규모 자영업자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 서민생활 안정 대책을 적극 추진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지자체가 앞장서서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양로원, 고아원 등을 방문 위로하는 등 불우·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고 있는 마당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로당에 떡 한 조각 보낸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잘못이라고 검찰에 고발까지 한단 말인가.

게다가 선거법이 개정되기 이전에는 이것이 하등의 문제되는 일이 아니었다. 따라서 관행대로 위문품을 제공했던 것인 만큼 선관위는 이에 대한 고려를 했어야 옳았다는 생각이다.

선관위는 “과도한 규제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선거법을 성실히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라는 생각에서 고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 그런 생각이라면, 최초 위법행위인 만큼 정상을 참작하고 한번은 경고하는 선에서 무마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겠는가.

지금 서울구청장협의회가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인터넷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8.8%가 ‘서울시 선관위의 규제는 지나치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선관위와 검찰당국은 이 같은 여론에 귀를 기울여주기 바란다. 가뜩이나 민생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이번 사건으로 인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불우이웃돕기 사업마저 위축된다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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