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의원의 현실인식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1-31 21:04:39
{ILINK:1} 박 진 의원과 필자는 어느 날 갑자기(?) 친구가 됐다.
그가 국회의원이 되기 훨씬 이전의 일이다.
그래서인지 국회의원이 된 그 친구를 유심히 지켜보게 됐다. 그런데 고맙게도 그는 기대 이상으로 의정활동을 잘 해주고 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그와 친구가 된 것은 매우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가 이번에 또 대어(大漁)를 낚았다.
바로 “진보적 아젠다를 선점하자”며 당 연찬회 토론자료를 만들어낸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로 그는 어제 당 상임운영위에 ‘우향국가(The Right Nation)’라는 책을 분석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우향국가’는 닉슨, 레이건, 부시 대통령 등 공화당 출신 대선후보가 승리한 미국 역대 대선의 과정과 정치상황, 보수철학과 정책, 전략 등을 심충분석해 보수성향인 공화당이 민주당 진보세력과의 대결에서 어떻게 집권에 성공했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그렇다면 박 의원은 왜 이 같은 보고서를 제출했을까?
그것은 지금 한나라당의 위기상황이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대통령이 사임한 이후 미 공화당이 직면한 위기상항과 너무나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미국에서는 자신을 공화당 지지자라고 밝힌 유권자 비율이 20%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공화당을 신뢰할 수 없는 ‘무능한 정당’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마당이었다. 이런 모습은 지금 한나라당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지 않은가.
당직개편과 조직개편 등을 통해 제2의 도약을 기대했으나, 오히려 박근혜 대표 2기 체제 출범이후 예전보다 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달 26일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정당별 지지도에서 25.6%를 얻어 29%를 얻은 열린우리당에 3.4%나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당내 일각에서는 ‘당해체론’마저 제기하고 있는 마당이다. 두 번의 잇따른 대선패배 후유증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특단의 조치가 따라야 한다. 박 의원은 이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나아가 그는 진보적 아젠다를 흡수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과 전국적인 조직화를 통한 지지기반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아예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해 주고 있으니, 그저 그의 식견에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혁신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불행하게도 한나라당은 변화를 거부하는 냉전 수구세력들이 여전히 곳곳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 점이 못내 안타까울 뿐이다.
그 친구의 이런 노력이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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