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 또 하는겨?

정 청 래 (국회의원)

시민일보

| 2005-02-03 20:41:53

{ILINK:1} 국회에 들어와 보니까 국회밥을 먹는 같은 의원들이지만 결코 넘을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는 걸 확인하곤 합니다.

대표적으로 국가보안법 문제를 둘러싼 시각차가 그러했고 이철우 의원을 간첩으로 몰았던 한나라당의 시대착오적 색깔공세에서는 참으로 서글프기까지 했습니다.

한나라당 자신들이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던 신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이 헌재에서 위헌판결이 났을 때 환호작약하고 박수치는 모습에서는 정말이지 그들의 뇌 구조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같은 시대를 살지만 똑같이 21세기를 사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같은 사안에 대한 우리당 안에서의 의견도 때로는 건널 수 없는 의견차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이나 우리당 의원들이나 동병상련으로 공통으로 느끼는 고충은 아마 이런 것일 겁니다. (물론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물어보고 확인한 것은 아닙니다.)

선거가 끝나고 본격적인 의정활동에 들어가면 사실 선거 때처럼 지역 구석구석을 찾아다닌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물론 본청에서의 의정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지역구만 챙기는 모습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지요.

시간을 적절히 배분해야 되는데 그것으로 지역구민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어쩌면 어불성설이지요.

지난 여름쯤이던가요?

어느 중진의원께서 “지역에서 벌써 난리야!”라고 하시더군요.

물리적으로 시간이 안 되어서 못 가는 일에도 당선 이후 많은 분들이 섭섭함을 토로하시곤 합니다.

특히, 지방 국회의원들의 고충은 서울보다 더욱 심각한 상태지요.

“텔레비전에도 안 나오고 지역에도 안 오고 하는 게 뭐 있냐?” 이런 핀잔들을 많이 받는답니다.

그래서 짬짬이 시간을 쪼개서 지역을 다니며 민심을 듣고 국회에서의 일과 소통하고 서민의 고충을 듣고 하는 일을 해야됩니다.

정기국회 기간에는 이런 일은 더더욱 어려워서 1월이 되기를 기다립니다.

저 같은 경우 1월에 11개동을 다 다녀야 하는데 1월 내내 지방의 빽빽한 순회일정 일로 바빠 아직 상암동, 성산2동 정도만 돌아서 구정 때까지 열심히 지역인사를 다녀야 합니다.

상암동에 갔더니 대체로 좋아들 하시더군요.

열린 우리당이 어떻고 저떻고를 떠나서 선거가 끝났는데도 직접 상가문을 열고 들어와 선거 때처럼 악수하고 새해인사를 하니까 격려를 많이 해 주시더군요.

경로당에서 있었던 일인데 많은 생각을 하게됩니다.

어르신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라.’고 인사를 건네는데 “아니 또 선거하는겨?”하시더군요.

이렇게 돌아다니며 인사를 드리는 취지를 설명드렸더니 손을 덥썩 잡으시며 “암, 그려야 써. 그 맴 변하질 말어” 그 말씀이 길게 꼬리를 물고 하루 종일 따라 다니더군요.

돌아다니다 보면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사람이 웃는 얼굴에 침 못 뱉고 면전에서 싫은 말 못 한다고는 하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성산2동을 순회하는데 칼날처럼 날카롭게 쏘아보며 “내 노무현하고 정청래 찍었는데 이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 참으로 민망하고 어쩔 줄 모르겠더군요.

이유인즉 “장사를 하는데 장사가 안되고 빚더미에 올랐다”는 것이었고 그게 모두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라며 원망을 하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차분히 설명을 드려야할지....... 인내심을 갖고 아예 설명할 기회조차 없이 쫓겨 나왔습니다.

똑같은 경우지만 언성을 높이며 원망을 하다가도 설명을 드리면 고개를 끄덕이는 분도 있었습니다.

“남편 설득해 노무현 찍었는데 지금은 남편 등쌀에 못 살겠다”며 TV 보다가 부부싸움을 하곤 한답니다.

이런 분들은 원래 애정이 있기 때문에 차분히 설명을 드리면 한숨만 쉬다가 점점 목소리가 작아지고 나중에는 격려로 바뀝니다.

면전에서 당하는 면박이 하루에 두세 차례이지만 뒷골이 몽롱합니다.

그런데 확실히 좋아진 것이 있습니다.

그제 아침 출근길에 아침운동을 하고 있는 성미산 체조장과 와우산 배드민턴 장을 찾아갔는데 어쩌면 한나라당을 선호하실지도 모르는 연세 지긋하신 분들과 커피 한잔 하며 30분 정도 대화를 하는데 이 분들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없더군요.

오히려 외국에 가서 정상회담도 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이라크 자이툰 부대를 방문한 것을 매우 높이 평가하시더군요.(대통령은 잘 하고 있다면서....)

지역을 돌다보면 대체적으로 한결같은 소리를 듣습니다.

경제를 살려달라. 싸우지 말라. 들어가더니 똑같더라. 등등

그런데 쉽게 운을 떼지 않아서 그렇지 볼 것 알 것 모두 챙겨 보는 분들이 많더군요.

지난 국감 때 SBS 허가시 계약조건불이행을 따진 것을 예로 들며 용기있게 원칙적 문제제기 한 것을 칭찬도 하시고 종합부동세법에 대한 의견과 개혁입법 문제 등 예리하게 많은 부분을 파악하고 계신 어르신들도 있더군요.

한분 한분 만나는 분이 모두 스승입니다.

만나서 듣는 것만큼 좋은 보약이 없더군요.

입에는 쓰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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