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보육정책에 관심을

이 주 호 (국회의원)

시민일보

| 2005-02-06 19:19:26

{ILINK:1} 일반적으로 영·유아기는 한 개인의 발달을 좌우하는 ‘결정적 시기’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에 어떻게 돌보아지고 양육되는 지에 따라 기본적인 학습 능력은 물론 창의성, 정서적인 안정성, 사회·도덕적 성향까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둔 부모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조기교육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러한 영유아기의 특징 때문이다.

그런데 이처럼 일생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영·유아기 보육에서도 계층간 격차가 극명하게 나타나,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과열된 조기교육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반면 또 다른 곳에서는 수많은 아이들이 기본적인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의 악순환 고리가 시작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저소득층 아이들은 체계적으로 마련된 질 높은 보살핌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소외 계층에 대해 사회적 배려나 관심이 증대되고는 있으나, 선진국에 비해 아직까지는 크게 부족한 형편이며, 특히 정부 내에서도 관련 부처간에 유기적인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아 제도가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가 그간 보육정책의 초점을 양적(量的) 확대에만 집중하였던 것도 저소득층 자녀들이 질 높은 양육기회를 접할 수 없었던 주요 요인 중 하나이다.

저소득층 중에는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맞벌이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근로 조건이 열악한 경우도 많아, 정작 중요한 자녀 양육에는 신경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이처럼 불리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각별히 세심한 관심이 기울여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보호하고 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못한 실정이다.

그 결과 현행 보육시설이나 유치원을 중심으로 하는 보육·교육 프로그램은 단순한 보호에 그치고 있으며, 아이들 개개인을 위한 보건·영양·의료 서비스, 다양한 문화체험 기회 등은 거의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다. 출발부터 소외계층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사이의 간극이 커져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정된 재원을 활용하여 보육의 형평성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 우선 저소득 계층이나 가정이 해체될 위기에 처한 아동에 대한 보육 및 교육지원서비스 체계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이들 가족을 지원·지지하는 프로그램도 병행하여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한나라당에서는 ‘저소득층 영·유아 종합 지원법’을 제정하고자 한다. 한국판 헤드스타트(head-start)의 성격을 갖는 이 법을 통해 우리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피상적인 지원이 아닌, 정말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실질적으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이다.

우선 국가가 저소득 가정 영·유아에 대해 보건·영양·의료·교육·문화 등 다방면에 걸친 종합적인 지원을 무상으로 실시토록 할 것이다. 그리고 보육과 교육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해 줄 수 있는 ‘꿈나무집(가칭)’을 설치하고 대폭 지원할 것이다.


이를 육성하기 위해 우선 저소득층 밀집지역의 보육시설을 대상으로 선(先) 지원을 실시하여 이들 기관이 우수한 시설·교사 및 운영 프로그램 등을 마련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국가 수준의 정기적인 종합평가인증제를 통해 질 관리를 도모하고, 우수한 보육시설로 선정된 곳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양질의 서비스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저소득 계층의 특성을 감안, 다양한 필요를 반영하기 위해 24시간 탁아, 야간 탁아, 한시적 대리가정 등 운영 방법 역시 여러 가지로 모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편 지원 내용 측면에서는, 위에서 언급한대로 학습, 보건 등 다방면에 걸쳐 종합적인 양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한다. 단순히 정해진 시간 동안 보호해주는 수준이 아니라 저소득층 아이들이라도 충분히 양질의 보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개별 영·유아의 발달 수준을 고려하여 읽기·미술·음악·신체활동 등 다양한 학습경험을 제공함은 물론, 체계적인 영양관리에서 소외되기 쉬운 이 아이들을 위해 엄격히 관리되는 양질의 급식을 제공토록 할 것이다.

또한 지역사회의 의료기관과 연계하여 정기적인 건강검진, 청각·시각 검사, 치과 검진, 예방 접종 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필요할 때 해당 의료기관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할 것이다.

이제 세계는 학교교육 뿐 아니라 영·유아기 교육에 대해서도 점차 공(公)보육 개념을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헤드스타트(head-start), 캐나다의 페어스타트(fair-start), 영국의 슈어스타트(sure-start)에서 나타나듯, 선진국들도 저소득층의 보육을 위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들을 시행중이다.

이제 우리도 양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질적 측면도 고려하여, 소외계층에게 정말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우리 아이들이 불우한 환경으로 인해 좌절하거나 꿈을 잃어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수많은 아이들의 미래에 우리의 미래 또한 달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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