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짝짓기’ 경쟁이라니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2-14 19:20:38

{ILINK:1}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이번에는 영남과 짝짓기 경쟁에 나섰다.

우리는 이미 지난달 30일자 신문을 통해 이 시장은 전남과, 손 지사는 충남과 각각 짝짓기에 나섰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작년 12월 이 시장은 박준영 전남지사와 ‘서울-전남 우호교류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전남 5개 시 17개 군 초등학교 5~6학년 44명을 초청, 서울가정 ‘홈스테이’행사를 가졌는가 하면, 지난 2일부터 4일까지는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전남의 목포, 여수, 순천 등 22개 시·군 전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직거래장터를 개설하는 등 전남과의 우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반면 손 지사는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에서 충남도 심대평 지사와 ‘지역상생발전협약식’을 가졌다.

물론 ‘대권행보를 위한 충청권 민심잡기’의 일환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이 시장과 손 지사가 앞 다퉈 영남과 짝짓기를 시도하고 있으니, 이것을 어찌 받아들여야 하는지 참으로 난감하다.

실제로 손 지사가 지난 주말을 이용해 2박3일간 부산·경남지역을 다녀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손 지사는 지난 12일 경남 고성에서 열린 고 제정구 의원의 6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뒤 내친김에 경남 진주를 방문, 한나라당 소속 최구식 김재경 의원 등과 만나 지역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는가 하면, 부산에서는 ‘상도동 맏형’격인 최형우 전 의원을 문병한 뒤 인근 재래시장을 둘러보며 지역민심까지 살피고 돌아왔다고 한다.

이에 뒤질세라 이 시장도 내주 말이나 내달 초 부산을 방문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하고 지역언론과 인터뷰를 갖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니 한심한 노릇이다.

물론 이 시장과 손 지사는 박근혜 당 대표의 텃밭 노릇을 하고 있는 영남 당심을 잡지 않고서는 대권고지를 점령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불가피한 선택을 했노라”고 변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양 단체장의 이같은 행보가 모처럼 사그라지고 있는 지역감정을 부추겨 차기 대선과정에서 또 다시 지역감정의 망령이 고개를 들게 되지나 않을까 그 점이 걱정인 것이다. 특히 이 시장은 서울지역 언론과 인터뷰 하는 것을 상당히 꺼리는 사람이다. 자칫 잘못 말했다가 한방 먹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그런 사람이 영남지역 언론과는 스스로 인터뷰를 자청하겠다니 그가 서울시장인지 영남시장인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 시장과 손 지사는 서울시민과 경기도민의 선택에 의해 선출된 단체장이다. 따라서 단체장으로서 그들을 위한 시정과 도정을 전개하는 데 힘을 써야지, ‘영남민심잡기’가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인가.

시정(市政)과 도정(道政)을 팽개치고 오직 대권에만 눈독을 들일 요량이면 두 단체장은 즉시 단체장직을 사임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박근혜 대표에게는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해 대면서 단체장직은 대권을 위해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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