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공천제’ 憂慮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시민일보
| 2005-02-14 19:48:05
{ILINK:1} 과거 정치권 진출을 위한 가장 빠르고 손쉬운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 총재 등 실력자 눈에 드는 일이다. 물론 실력자의 의중에 따라 후보 분배가 이뤄지던, ‘제왕적 총재’시절의 이야기다.
실제로 선거철이 되면 중앙당 총재의 코드에 맞추기 위한 정치지망생들의 눈물겨운 노력들이 속출하곤 했다. 심지어는 몇십억 단위의 돈이 당 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건네지기도 했다. 이러한 병폐를 차단하기 위해 탄생한 제도가 바로 상향식 공천제다.
공직선거에 출마를 하려는 후보자끼리 당원들의 1차 내부경선을 통해 후보자를 확정한다는 제도다. 이렇게 되면 공천을 대가로 한 돈이 오갈 이유가 없어진다.
따라서 상향식 공천제는 우리나라 정치발전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지금은 대부분의 정당이 이를 표방하고 나선 상태다.
그런데 조짐이 좋지 않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상향식 공천 제도가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소위 ‘전략공천제’라는 미명하에 공천 관련 당규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특히 한나라당의 경우 최근 내놓은 당헌·당규 개정안을 보면 상대후보에 비해 유력후보가 없거나 영입후보 배려 지역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설정, 상향식 공천제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도대체 지방선거에 전략지역이니 전략공천이니 하는 게 무슨 필요가 있다는 말인가.
이 같은 조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몇몇 보궐 선거 과정에서도 상향식 공천제 표방을 무색하게 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졌다. 내용상으로는 철저한 하향식 공천이 이뤄졌다는 말이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 기간 당원 참여만으로 각 지역 협의회장 선출을 마친 열린우리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열린우리당은 협의회장 선거직전 기간당원 규모를 대폭 확장시켜 주목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기간당원 대폭 확대는 상향식 공천제도의 안착보다는 결과적으로 지역 국회의원들의 자기 사람 심기 과정이 아니었나 하는 우려가 일고 있다. 결국 특정인의 영향력만 비대해져 지역이 사당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대두되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때문에 과연 기간당원만의 후보 선출 작업이 적절한가라는 고민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상향식 공천이라는 원칙이 훼손되어서는 곤란하다.
만일 부작용을 우려한다면 그 같은 부작용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야지 상향식 공천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여야가 추진하는 ‘전략공천제’가 자칫 상향식 공천제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나 않을까 적잖이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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