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하는 이에게 박수를

정 청 래 (국회의원)

시민일보

| 2005-02-22 19:20:42

{ILINK:1} 열린 우리당 4월2일 전당 대회를 앞두고 출마 기자회견이 러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방금 오마이 뉴스를 보니까 초·재선 단일후보로 송영길 의원이 당의장 선거에 출마를 할 것으로 보도하고 있군요. 어제는 문희상 의원과 신기남 의원이 나란히 출마 기자회견을 했고 한명숙·유시민 의원도 당권에 도전할 것 같습니다. 장영달, 염동연, 김원웅, 김두관 전 장관 등등... 열린 우리당은 전체구도상 바야흐로 선거 국면으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개인의 입장으로 보면 이는 자신을 당심과 민심의 바다에 내던지는 정치적 결단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떤 단위와 형태든 출마를 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저도 국회의원 출마를 결심할 때 그 떨림의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출마의 고개를 넘어갈 때 가장 마지막에 가슴이 후끈 달아오르는 지점은 아마 ‘진정성’이라는 진통일 것입니다. 민심의 바다에 내던져져 나의 진심이 평가받고 폄하되고 저울질 당하는 괴로운 터널에서 과연 나는 의연할 수 있을까?

근거없는 루머가 횡행하고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이전투구의 현장에서 과연 나는 청초할 수 있을까? 아니 우아하고 고고한 자태나 청초의 경지는 아닐지라도 나의 진정성과 활동이 정확한 눈금으로 저울질될 수 있을까? 어떤 형태든 출마를 결심하는 사람의 가슴속에는 이러한 진정성에 대한 맥박으로 요동칠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정치 행위나 공인으로서의 정치인이 민심에 저울질 당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일입니다. 문제는 공인로서의 정치적 의도(목표)와 개인으로 가질 수 있는 사적 목표(의도)가 충돌하느냐 일치하느냐가 체크 포인트일 것입니다.

문제는 진정성의 방향과 목표가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열린 우리당 당원으로서 새로운 정치와 잘사는 나라 그리고 참여정부의 성공과 정당 민주화, 지방분권과 자치, 동북아 번영과 평화 통일, 문화강국과 탈권위와 수평적 리더십 등등의 가치가 아마 여기에 해당될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정치적 목표로 삼았다면 그 정치적 의도는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선순위는 중요합니다. 개인적 목표를 실현하는 수단으로서 이러한 가치를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나를 뒤로한다면 그것은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나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공익적 가치를 들먹이느냐 아니면 공익적 가치를 위해 나를 헌신과 봉사의 일꾼으로 좌표 상에 정립할 것이냐는 선차의 문제를 떠난 본질적인 무게의 중요함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을 위해서 자신을 내던지며 출마를 결심하는 정치행위는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 출마를 선언했거나 예정된 분들은 대단히 용기있는 훌륭한 분들입니다. 적어도 당의장에 도전이 예상되는 분들은 일정 정도 검증도 거쳤고 진정성도 있는 보배들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저는 이 분들의 정치적 출마행위를 솔선수범에 대한 약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거기에 개인적 욕심이 끼어들어 있다해도 그것이 참여정부 성공을 위한 열린 우리당의 강화라는 공적 가치영역에 포함되어있다는 진정성은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의장이 누가 되느냐 보다도 사실은 당의장과 각급 단위의 중앙위원 등 지도부를 뽑는 대의원을 어떻게, 누구로 뽑느냐가 더욱 큰 관심거리입니다.

사실 당의장이 누가 된다고 해서 그 당의장이 예전의 총재처럼 전권을 휘두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당을 혼자 말아먹을 수도 없습니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자발적 독자적 열성적 개미 대의원들이 노력해서 당의장을 만드는 새역사 창조일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당의장에 나서는 분들 못지 않게 개미 당원들이 대의원으로 나서고, 청년위원장으로 나서고, 여성위원장으로 나서야 합니다. 참여의 최고수준의 결의는 출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출마를 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약속이 전제됩니다. 약속을 하면 자기강제가 되어 솔선수범하고 헌신과 봉사를 하게 됩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모범적인 당원활동이 아니겠습니까? 그것이 진정 책임 여당의 책임지는 당원의 모습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관습헌법처럼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나서기’를 대략 ‘잘난 체하는 놈’으로 등치 시키거나 손해보는 바보짓으로 여겨왔습니다. 아니면 정작 본인은 나서지도 않고 훈수를 두거나 비판하는 것으로 취미를 삼아왔는지도 모릅니다. 이것을 이제는 바꾸어야 합니다. 앞에 나서는 사람을 흔들지 맙시다요. 솔선수범하고 책임을 지는 모범적인 당 활동을 하겠다는 당의장 후보나 그들을 뽑는 대의원들이나 앞서 나가려는 우리의 동지들입니다. 열심히 달려나가려 신발끈 매는데 뒤에서 똥침을 놓는 비겁한 행위는 이제 근절되어야 합니다. 앞에 나서는 분들에게 똥침대신 격려와 박수를 보내주어야 합니다.

제가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정치는 따뜻한 악수로부터 시작되고 개혁은 쪽글로부터 시작된다.

이번 전대가 누구는 이것이 문제고 저래서 안 된다는 네거티브가 아니라 누구는 이것이 장점이고 누구는 저것이 장점인데 지금 우리에게는 저 사람의 그 장점이 더욱 필요하다는 식의 포지티브가 판을 치는 선거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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