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수도이전법’ 이것은 아니다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2-24 20:58:18
{ILINK:1}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행정수도이전 후속대책과 관련, 충남 연기·공주지역의 행정중심 복합도시로 옮길 정부 기관을 12부4처2청으로 합의하고 말았다.
하지만 여야의 이번 결정은 ‘담합에 의해 탄생한 제2의 수도이전법’으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필자는 수도이전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지금과 같은 어정쩡한 형태의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은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절차상에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점에 대해 오해 없기를 바란다.
실제로 필자는 그동안 줄곧 수도이전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수도권의 과밀화 해소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헌재가 ‘관습법’을 운운하면서 위헌판결을 내릴 때에도 필자는 그 판결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은 곤란하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런 비효율적인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에 대해 필자는 동의할 수 없음이다.
열린우리당은 수도이전이라는 대원칙을 세웠으면, 이를 강행하든가 아니면 완전히 포기했어야 옳았다.
물론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서 후속대책을 추진하겠다고 해놓고 당내 공감대도 형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밀어붙이고 말았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결국 얻은 게 무엇인가. 이런 반쪽짜리 결과물을 얻기 위해 여야가 그토록 치열하게 싸워왔다는 말인가.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수도이전이야말로 가장 중요하고 심대한 문제다. 따라서 역사의 큰 흐름과 거시적인 안목에 의해 결정돼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여야 모두 오직 충청권의 표심만을 의식,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이라는 어정쩡한 ‘제2수도이전법’에 합의하고 말았다. 수도이전문제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수도권 과밀화 해소’이지 ‘충청권 지역발전’이 아니다. 따라서 충청권의 발전이라는 문제에 너무 집착한 이번 결정은 앞뒤가 뒤바뀐 것으로 옳지 않다.
특히 여러 부처가 긴밀하게 움직여야 하는 국정효율성을 고려할 때에 이는 결코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멀리 떨어진, 지역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이원화된 정부에서 효율성 있는 국정운영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런 기형적인 정부에서 국정효율성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더구나 이전 부처도 고민 없이 선택됐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정녕 서울을 경제도시로 육성하고자 한다면, 경제부처의 이전은 재고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여성부는 서울에 남겨두면서 경제부처를 이전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이처럼 허점투성이인 ‘제2수도이전법’에 대해 정치권의 재고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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