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者 국회의원들의 욕심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3-01 20:04:21

{ILINK:1} 국회의원들의 말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다. 그 하는 짓이 너무나 얄밉다.

그동안 “의정활동 하면서 빚만 늘어난다”고 아우성치던 그들이었다.

실제로 국회의원들은 최근 “비현실적 정치자금법 때문에 빚을 지고 있다”며 “정치자금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기업후원 한도를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대폭 상향조정하고, 의원 1인당 연간 후원액도 현행 1억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늘리는 방안이 여야 정치권에서 거론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294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201명, 즉 전체의원의 64%나 재산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것도 자그마치 의원 1인당 평균 1억원 가까운 9300만원이 늘어났다고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 아닌가.

빚은커녕 재산이 이처럼 대폭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어찌 그토록 죽는시늉을 했는지 얄미워도 보통 얄미운 것이 아니다.

그동안 국민들은 경기침체로 인해 전반적으로 경제여건이 좋지 않다.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은 경기침체와 4.15 총선 실시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경제상황이 좋아졌다고 하니 정말 놀라운 재주 아닌가.

실제로 초선 의원의 경우 평균 7600만원이, 다선 의원은 1억2200만원이 각각 증가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좀 심하게 말해 “국회의원은 돈을 버는 능력을 배우는 자리”라고 해도 무방할 듯싶다. 선수가 높을수록 축재 능력도 그만큼 비례해서 커지니 하는 말이다.

더구나 국회의원 평균재산은 무려 21억6700만원이나 된다고 한다. 이는 “돈이 없어 정치를 못하겠다”는 푸념이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지없이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중심이 된 정치자금법 논의는 더 이상 진행시킬 이유가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현재 민주노동당이 정치자금법 개정논의를 반대하고 있지 않는가.

그러면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들은 돈이 많은 것일까?

천만에 말씀이다. 총재산 하위 10위에는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3명이나 포함돼 있다. 현애자 의원이 마이너스 5억450만원, 강기갑 의원이 마이너스 2억5600만원으로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으며, 노회찬 의원이 마이너스 3900만원으로 6위에 올랐다.

다른 의원들도 마이너스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 1억원대 미만일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돈이 없어서 정치를 못하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가난한 국회의원들도 필요하지 않은 정치자금을 부자인 국회의원들이 욕심낸다면 그 이유는 분명히 다른데 있을 것이다.

행여 기업후원 한도를 대폭 상향조정하고, 의원 1인당 연간 후원액을 배로 늘리자는 것이 결국 정치를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배를 채우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한번쯤 물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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