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문제' 온정주의로 해결 못한다

박 정 필 부천중부경찰서 경비교통과장

시민일보

| 2005-03-06 19:38:18

얼마 전 영등포역에서 목격했던 일이다.

어느 50대 행인이 노숙자들이 둘러앉아 술판을 벌인 것을 보고 “당신들 술만 마시면서 살 수 있느냐”며 무심코 한마디 던지자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다섯 명이 동시에 일어나 도끼눈을 뜨며 그 행인을 향해 “당신이 술 한 잔 사준 적 있느냐”며 거친 항의 속에 곧 주먹을 날릴 기세로 몰아붙이자 꼼짝 못하고 겁을 먹은 듯 그 남자는 어디론가 줄행랑을 쳤다.

그들 모두가 때 낀 얼굴, 엉클어진 머리카락, 남루한 옷차림, 그 옆에 빈 소주병들이 뒹굴고 있었다.

최근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노숙자는 988명으로 집계됐다.

그중 경기도는 100여명쯤 어림잡지만 실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들은 대부분이 가정을 깨고 희망찬 미래를 포기한 채, 아름다운 인간의 존재가치를 상실해 버린 사람들이다. 한때 행정당국서 일당 3만원 일자리를 소개한 적 있으나 노임이 적다는 이유로 거절해 사회적 비난이 빗발치기도 했다.

과연 그들 처지를 생각하면 2만원을 준다 해도 앞 다투어 일터로 달려가야하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그들은 일하기가 싫다고 고백했다. 만약 그들을 ‘강제해산’ 또는 ‘강제수용(자립 위한 기술교육 목적)’하게 되면 나서기 좋아한 시민단체는 인권침해 운운하며 정부를 비난하고 나설 것이다.

그러나 그대로 방치해 두고 복지국가를 지향한다고 말하기에는 왠지 낯 뜨겁다. 사실상 그들은 신체적으로는 멀쩡하지만 정신적으로 긴장감이 풀려있으며 삶의 의지가 없고 또한 게으름에 빠져있다. 이처럼 나태한 습관에 익숙해지면 땀 흘러 일하기를 귀찮게 여기며 죽을 때까지 노숙자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우리는 불행하게도 97년 초유의 IMF 충격에 휘청거렸다.

그때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다소간 고통을 삼켰으나 곧 일거리를 얻어 재기했고 극히 소수는 자포자기로 외롭고 배고픈 삶의 뼈아픈 세월을 겪었다.

하지만 그들보다 심신이 쇠약한 고령자와 장애인도 노동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열정을 기울이면서 삶의 보편적 가치 추구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데 하물며 사지가 멀쩡한 자들이 노숙자로 전락해 세상의 짐을 만든 것은 그들 자신의 책임이다.

아주 오래전 유태인의 탈무드에는 ‘물고기를 잡아 먹이지 말고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라’는 교훈이 담겨 있다. 이렇듯 노숙자에게 매양 식사제공만 할 게 아니라 다양한 기술과 정신적 교육을 통해 자립심을 배양시켜 사회로 복귀시켜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 아닐까.

그들에게 주어지는 값싼 온정과 물질적 지원만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고 본다. 본인의 노력과 의지로 자립정신을 키워야한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그들은 자신의 마음에 낀 나태한 의식을 말끔히 닦아낼 때 절로 근로의욕이 생겨나서 노숙자생활을 청산하고 흩어진 가족을 불러 모아 행복의 둥지를 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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