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박근혜와 이명박’만 보이나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3-07 19:32:25
{ILINK:1} 한나라당 원내대표 후보등록을 이틀 앞둔 7일 당은 선거관리위원장에 국회 법사위원장인 최연희 의원을 임명하는 등 선관위 구성을 마쳤으나, 정작 출마예정자들은 눈에 띠지 않고 보이는 것은 오직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뿐이다.
그렇다고 출마 예정자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강재섭 권오을 권철현 김문수 맹형규 안상수 안택수 의원 등 경선출마예정자들이 출마채비를 마치고 사실상 선거전에 돌입한 상태다. 따라서 언론은 이들의 향배에 관심을 갖고 이들이 어떤 정책을 제시하는지를 면밀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언론의 관심은 온통 박 대표와 이 시장을 향해 쏠리고 있으니 이상한 일 아닌가.
실제로 이번 선거는 박 대표를 지지하는 ‘친박(親朴)’ 후보와 이 시장을 지지하는 ‘친이(親李)’후보 간의 접전이 예상됨에 따라 ‘박-이 대리전’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고 한다.
물론 당원이 아닌 필자는 누가 한나라당의 원내 대표가 되든지 크게 상관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출마예상자들의 정책을 비교·검토하기 보다는 단지 “그가 ‘친박’ 진영사람이냐 ‘친이’ 계열이냐”만을 놓고 저울질하는 이런 형태의 선거는 옳지 못하다.
특히 ‘친박’ 진영이나 ‘친이’ 진영이 서로 후보단일화를 모색하며 합종연횡을 시도하고 있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없다.
실제로 ‘친박’진영에서는 국민생각 회장과 고문을 각각 맡고 있는 맹형규 강재섭 의원이 지난 5일 만나 “두사람이 같이 나오지는 말자”는 식의 후보 단일화에 의견을 모았다는 소식이 들린다.
‘친이’ 진영도 김문수 권철현 안상수 의원이 서로 후보단일화를 논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원내대표 경선은 소장파 의원들의 지적처럼 당 혁신의 과정으로서 당의 바람직한 노선을 제시하고 경쟁하는 장이 돼야만 한다.
지금처럼 지연·학연에 의해 합종연횡하거나, ‘누구의 사람’이라는 이유로 후보단일화를 모색하는 구태가 재현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모든 출마예상자들은 끼리끼리 모여 “누구를 후보로 내자”고 결론지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분명한 소신과 원칙을 의원들에게 피력하고, 그 정책으로 인해 의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러자면 지금 당장 눈에 띠는 박 대표와 이 시장의 커다란 그림자를 지워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현재 거론되는 출마예상자들 모두가 박 대표와 이 시장을 대신해 링에 오른 사람들이 아니란 점이다.
따라서 원내대표 선거가 대권 전초전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돼서도 안된다.
다시말하지만 ‘친박’ 진영이니 ‘친이’ 진영이니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필자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지금 거론되는 후보들을 바라보면서 행여 박근혜 대표나 이명박 서울시장이 떠올려진다면, 그 이미지를 지워달라는 것이다.
그것이 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거니와 건전한 야당이 있어야 국가가 발전한다는 점에서 그것은 곧 국익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후보들은 보이지 않고 엉뚱한 사람들만 보이는 선거라면, 이거야 말로 잘못된 선거 아니겠는가.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