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일본의 망발을 지켜보며
노 웅 래 국회의원
시민일보
| 2005-03-16 20:19:30
{ILINK:1} 분명히 일본이라는 나라는 참 대단한 나라입니다.
잿더미 패전국에서 반세기 만에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행가 한 구절처럼 우리로 하여금 자꾸만 ‘작아지는 느낌’을 맛보게 하기 때문입니다.
일본 앞에서 우리는 어떠한 대접을 받아도 속수무책이고, 실효성 있는 항의 한 번 변변히 못하는 ‘만만한 나라’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해서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경제적인 면만 본다면 일본은 분명히 대단한 나라입니다.
그러나 일본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몸집만 다 성장한 미성년자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독일처럼 과거 역사적 과오를 솔직히 사죄하고 자기반성의 토대 위에서 새출발하는 자세가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심지어는 미화하고 있는 태도 때문에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경제대국으로 웃자란 일본은 오히려 90년대부터 재무장과 우경화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과거 아시아권를 손아귀에 넣었던 향수가 그리워진 모양입니다.
3.1절을 코앞에 둔 시점에 주한 일본대사가 주재국 수도 한복판에서 독도는 ‘역사적 ·법적으로 명백히 일본영토’라는 망언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인 듯 싶습니다.
또 일본 시마네 현은 한 술 더 떠 2월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정하는 조례안을 지방의회에 상정했습니다.
우리를 얕보고 행해진 이런 오만불손의 태도는 3.1절 우리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한 태도에서 극에 달합니다.
‘사과할 것이 있으면 사과하고…’라는 일국의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감히 ‘국내용’이라는 단 한마디로 일축해 버린 것입니다.
제가 속해있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주한일본대사의 망언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하고 사태 재발 방지를 요구했지만, 우리가 이런 일을 반복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가, 자괴감을 지울 수 없습니다.
독도 영유권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일수교 40주년을 맞아 한·일 양국이 과거에 발목 잡히지 말고 보다 나은 미래로 향하자는 뜻에서 ‘한·일 우정의 해’로 선포한 올해에도 과거와 똑같이 망언을 일삼는 일본 일각의 뻔뻔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명실상부한 한·일 관계 정상화는 아직까지도 요원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일본은 잘못된 역사의식을 ‘답습’하는 것으로 모자라 후손에게 ‘세습’까지 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강제로 식민지배한 역사의 잘못을 교육현장에서 오도하고 심지어 미화하고 있습니다.
다음달 검정을 앞두고 있는 2005년 개정판 일부 역사 교과서는 종전보다 더 왜곡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침략과 식민지배 등을 은폐하거나 정당화하는 내용이 더 많이 포함되었다는 것입니다.
왜곡 정도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0.1%도 안됐던 이런 교과서들의 채택률을 이번엔 10%로 높이겠다고 이런 왜곡을 주도하는 우익단체들이 ‘총궐기(?)’하고 나설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런 움직임에 일본 우익 정치인은 물론 일본 문부성까지 노골적인 지원을 펴고 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습니다.
일본의 미래를 책임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일본식(?) 민족정신’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우리는 반성하지 않는 일본, 부끄러움을 모르는 일본의 이러한 후안무치를 보면서 일본이 또다시 일방적인 힘의 논리를 앞세우고 패권주의에 몰입하는 역사적 과오를 범하지 않을까 우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국가의 경계선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세계인들’이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폐쇄적, 감정적인 민족주의나 일방주의적인 힘의 논리로는 오늘날과 같은 상호 긴밀한 교류의 시대를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통렬한 자기반성과 사죄를 할 의사가 없는 일본, 일방적인 자기연민과 자기미화 욕구에 사로잡혀 있는 일본에게 시대에 걸맞게 살라고 요구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일본은 과거 불행한 역사를 공유한 관련국가의 역사적 입장을 배려하고 그 토대위에서 역사인식을 하는 자세를 가질 때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고 상응한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양철냄비 근성’이니, ‘일과성 분노’이니, 혹은 ‘국내용 반응’이니 하는 폄하의 반응을 받고도 아무 말 못하고 안으로 삭이는 못난 태도는 더 이상 스스로에게 허용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좀 더 냉정하고 철저한 사태 인식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제도적으로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우리 자신의 법적, 외교적 칼날을 진지하게 갈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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