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북한인권법 추진을 중단해야
손 혁 재(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시민일보
| 2005-03-20 20:42:29
{ILINK:1} 독도 문제와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에 가려 있지만 우리가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일이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본이 북한인권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지난 2월25일에 일본 민주당이 ‘북한 인권침해 구제법안’을 중의원에 제출했다.
이 법은 일본 정부가 북한에 의한 납치피해자 등을 조사하는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민간단체 지원 등을 통해 대량 탈북을 유도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집권 자민당도 북한인권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의회의 북한인권법 제정 움직임이 우려되는 것은 보편적 가치의 문제인 인권문제가 특정 국가를 압박하고 적대시하려는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의회가 납치피해자 문제로 강경해진 일본 내 반북 여론에 편승해 대북 제재를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특히 법안을 추진하는 정치인들이 ‘북한붕괴론’을 역설하는 것을 보면 법 제정 의도가 의심스럽다.
두 나라 사이의 현안 해결은 대북 제재나 압박 등 대결적인 방법이 아니라, 대화와 교류, 북일 관계 정상화를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 의회가 북일간의 가장 날카로운 현안인 일본인 납치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북-일 양 정부가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과 납치문제의 해결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대화틀의 복원과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인도적 지원의 확대이다.
북한인권문제는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접근하기 어렵지만, 탈북자의 증언 등 다양한 경로로 심각성이 외부로 알려졌다.
그래서 유엔 인권위원회가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했고, 북한인권상황을 검토할 북한 특별보고관을 임명했다.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2005년 1월 유엔인권위원회에 북한인권상황 보고서를 제출했다.
북한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북한정부 스스로의 적극적 노력과 국제사회의 평화적 접근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인권상황 악화의 일차적 책임이 북한정부에 있는만큼 북한정부는 인권 개선을 위한 전향적인 정책을 찾아야 한다.
또 인권상황을 솔직하게 공개하고 국제사회의 정보접근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북한 스스로 인권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국제사회가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인 납치피해자들의 문제는 조속히 해결되어야 한다.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고통도 하루빨리 치유되어야 한다.
또 탈북자들에 대한 인권보호도 시급하다.
그러나 현재 일본 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북한인권법이 납치피해자 문제해결이나 북한주민들의 인권개선에 기여하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지난 해 미국에서 제정된 북한인권법은 우려했던 대로 북미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일본이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에 편승하여 북한에 대한 교역과 지원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옳지 못하다.
일본이 북한인권법을 제정한다면 북일 관계는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것이다.
북한의 핵보유 선언을 계기로 긴장이 높아진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북일간의 불신과 긴장이 증폭되면 납치피해자 문제의 해결도 어려워진다.
북일, 북미관계의 악화에 따른 그 피해는 한반도 주민들과 일본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따라서 일본 의회는 북한인권법 제정 추진을 중단하고 대북압박과 제재조치들을 철회해야 한다.
납치문제와 같은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 조치이며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북한과 일본의 관계 정상화이다.
이미 북일 두 나라는 지난 2002년 북일 평양선언에서 “상호 신뢰 관계에 기초해 국교 정상화를 실현”하는 데 합의했다.
이를 실현하는 것은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보편적인 가치로서 인권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시각이 존재한다.
북한인권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동안 북한인권에 대한 문제제기는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 인권개선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북한체제를 공격하고 대북압박을 위한 수단으로 이루어져 온 측면이 있다.
북한인권을 논의할 때에는 북한인민의 생존권 보장을 우선시하고, 국제사회의 개입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지 않는 정당하고 평화적인 개입이어야 한다.
그리고 유엔이 규정하고 있는 자유권, 사회권, 발전권 등이 포괄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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