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제 폐지’ 제발 나서지 마라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3-22 20:27:06

{ILINK:1} 기초자치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를 위한 시민일보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의 한심한 대응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그동안 시민일보는 “정당공천제 폐해로 인해 자치행정이 중앙정치권의 논리를 따르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역주민간의 갈등의 골을 깊게 하는 공천제를 폐지하라”고 여야정치권을 향해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실제로 시민일보는 김두관 행자부 장관 시절, 김 장관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뜻을 전달했으며, 그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대선 직전 노무현 대통령(당시 후보)과의 단독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같은 제안을 했으며, 결국 ‘책임정치를 위해 공천제는 필요하다’던 노 대통령의 생각을 바꾸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여야정치인들을 만날 때마다 ‘공천제 폐지’를 강력히 제안했었고, 여당 의원은 물론 야당 의원들 가운데서도 상당수가 우리의 주장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었다.

급기야 연초 열린우리당 임채정 당의장은 연두기자회견을 통해 공천제 폐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기에 이르지 않았는가. 이때만 해도 우리는 이 문제가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급부상 할 것으로 여겼었다.

그러나 최근 야당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여당마저도 우리의 ‘공천제 폐지’ 주장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분위기가 강하다. 아예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려는 정치인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정치권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물론 여론도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필자가 판단하기에는 당사자격이라고 할 수 있는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의 어이없는 대응 때문이다. 실제로 협의회는 22일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을 `현대판 매관매직’으로 규정하고 정당공천제 폐지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참으로 정신 나간 사람들 아닌가.

오죽하면 한 시민이 “그러면 3년 전 선거에서 자신들은 매관매직으로 공천을 받았다는 얘기냐”고 반문하겠는가.

사실 자신들은 정당공천으로 당선되어 놓고 ‘내년엔 정당공천을 폐지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누가 봐도 그들의 주장은 내년 선거에서 현직 단체장이라는 기득권을 이용해 쉽게 당선되고자 하는 얄팍한 술수로 보일 뿐이다.

그러니 여론이 좋을 리 없다.

정말 정당공천제가 폐지되기를 바란다면, 당사자들은 입을 닫는 게 좋다. 지금처럼 협의회가 직접 나서다가는 공천제 폐지는 물거품이 되고 만다. 혹시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도 못 하는 사람이 괜스레 ‘인기성 대응’을 하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걱정이다.

‘어차피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산’이라면, 다른 단체장들은 무엇인가. 그를 위한 희생양이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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