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지출을 줄일 수 있을까?

김우중 동작구청장

시민일보

| 2005-03-23 19:01:46

최근 어느 시(市)에서 공원사업 추진중에 발생한 4만톤의 폐아스콘을 매립지로 운반하여 폐기할 방침이었으나 예산절감과 자원 재활용 차원에서 고속도로 공사의 다짐재로 사용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폐아스콘 매립 비용과 고속도로 공사에 사용할 다짐재의 구매비를 절약한 사례라고 볼 수 있어 자세하게 읽어 보았지만 절약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사업계획 수립 당시의 공사원가계산서에 반영한 사항인지 알 수 없었다.

만약 공사원가계산서에 반영할 정도로 미리 계획하여 추진한 사항이라면 의심의 여지없이 기업경영 마인드의 모범사례이지만 우연히 2개 사업의 추진시기가 일치하여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사항이라면 단순한 절약사례에 불과하다.

물론 절약효과는 같다.

그러나 전자는 2개 사업의 추진시기를 조절하여 계획적으로 절약한 사항이기에 절약을 위한 비용이 필요 없지만 후자는 설계 변경이 불가피하여 어느 정도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아무튼 양식 있는 공무원이라면 후자와 같은 단순한 절약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판단되기에 여기에서는 전자의 경우처럼 계획된 절약방안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어느 기업체에서 1차 시험을 통과한 예비사원들을 대상으로 절에 가서 스님들에게 빗을 팔도록 했더니 뻔한 상황임에도 독특한 판매전략이 나왔다고 한다.

스님들이 모두 빡빡머리여서 빗이 필요 없더라며 빈손으로 돌아온 이유와 변명에 치중한 사원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어떤 사원은 향을 피운 여성 참배객의 머리를 빗는 용으로 몇 백 자루를 판매하고, 어떤 사원은 빗의 양면에 참배객들이 좋아하는 연꽃과 길선(吉善)이라는 문양을 넣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증정할 수 있는 보관용 기념품으로 대량 주문을 받아가지고 돌아왔다는 것이다.

예산편성 제도가 마련되면서부터 절약이라는 용어가 따라다녔으므로 자치구에서 예산절약은 기업체에서 매출액과 같이 수없이 강조해 왔던 용어다.

그럼에도 결재 과정에서 예산 절약을 얘기하다 보면 경상적 경비만 도마위에 오르내리곤 한다.


자치구 예산은 대체로 사업예산 48%, 인건비 27%, 경상적 경비 23%, 예비비 2% 수준인데 예산 절약은 경상적 경비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스님들에게 빗을 판매할 목적으로 절에 찾아간 예비 사원들이 참배객을 보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와 변명만 늘어놓는 것과 흡사하다.

말이 경상적 경비이지 전화·전기료처럼 반드시 집행해야 구정을 수행할 수 있는 경비를 제외하면 절약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경비는 한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수십년 동안 그 부분에서 절약해 왔기 때문에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업예산에 대해 주의 깊게 바라보자는 것이다.

사업예산은 도로, 치·하수, 공원녹지, 영선 등의 건설공사가 대부분이므로 사업비의 규모 자체가 클 수밖에 없어 분명 어딘가에 절약할 부분이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우리 구 공무원들의 보고에 의하면 건설공사는 주로 전문 용역사에서 납품한 설계도와 공사원가 계산서에 따라 공개 경쟁입찰에서 낙찰된 자와 계약을 거쳐 시공하기에 절약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지출을 줄일 수 있을까? 필자는 시공분야에서 찾고 싶다.

물론 여기에서는 일회성의 단순한 절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시스템을 마련해 항구적으로 대처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빗물의 흐름에 장애가 되는 요인을 정확하게 진단하려면 비가 많이 올 때 현장에서 그 흐름을 관찰해야 하듯 공사현장에서 시공 상태를 제3자가 확인해서 설계도와 다르게 시공했으면 공사비를 삭감하거나 재시공토록 조치하자는 것이다. 현재는 직원 1명이 여러 개의 공사를 추진하면서 공사감독을 겸하고 있기에 꼼꼼하게 감독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도 해결하고 사전감사, 즉 예방감사의 효과도 기대하는 차원에서 방안을 마련하면 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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