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시민계가 아니다

유 기 홍 국회의원

시민일보

| 2005-03-30 21:18:23

{ILINK:1} 유시민 때문에 세상이 시끄럽다.


며칠 전 어느 신문을 보니 DY(정동영)계와 GT(김근태)계 외에 SM(유시민)계라는 표현도 나왔다.


또 어느 후배 의원은 며칠전 “유시민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5명도 안된다”고 폭로(?)했다.


내가 1년 선배이긴 하지만 80년 서울의 봄 이후 25년 동지이며, 같이개혁당을 만든 창당멤버이고, 또한 같이 참여정치연구회에 속해 있으며, 이번 상임중앙위원선거의 유시민 후원회장이니 나는 누가 보기에도 ‘유시민계’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 자리를 빌어 분명히 말해두건대 나는 유시민계가 아니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말씀드리고자 한다.

유시민계는 없다.


며칠 전 서울시 중앙위원선거를 위한 장충체육관 대의원대회에서 중앙위원 후보 중 한 사람이 연설 중 갑자기 유시민 의원을 공격하며 참여정치연구회의 해체를 주장했다. 참 생뚱맞은 장면이었다. “당비도 안내는 유시민”이라는 사실 왜곡의 선동도 문제려니와 당내 의원들의 공부모임이자 의견 그룹인 참정연 해체라니... 마치 당내에 긴급조치라도 선포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나는 이 후보가 3분밖에 안되는 연설시간의 대부분을 유시민 공격에 할애한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누가 시켜서였는지, 아니면 그래야 표를 많이 얻을 것이라는 치밀한(?) 계산 때문이었는지 아무런 증거도 없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어쩌다 당이 재선의원(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1.25선) 한 명에 대한 이처럼 무차별 공격으로 흐르고 있는 것일까? 이 후보가 불과 70표 남짓을 얻는데 그쳐 한바탕 해프닝으로 웃어넘기고 말았지만 정말 씁쓸한 삽화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전통적 계보 개념에 반대한다. 후보 출마선언에 국회의원들이 몇 명 줄지어 서느냐, 선거대책본부에 의원이 몇 명이나 포함되느냐를 중시하던 시대는 지났다. 무엇보다 우리 노무현 대통령이 그것을 입증했다.


어느 후배 의원의 “유시민을 지지하는 의원이 5명도 안된다”는 예기를 듣고 정말 슬펐다. 그가 무슨 주장을 하던 지지하는 것이 과거 계보 보스에 대한 충성방식이었겠고, 그것이 한때 미덕이었던 시절도 있었을 것이다.


유시민 의원의 어떤 것(주장, 혹은 행동 등)에 대한 지지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무조건 지지는 더 이상 없다. 적어도 그렇게 얘기하는 것이 동료 의원들에 대한 예의다.


급기야 해체주장까지 나온 참정연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우선 참정연은 의원들의 공부모임이다. 아마 여야를 통틀어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모임이라고 우리는 자부한다. 거의 매주 수요일 아침 모이고 있으며, 다음에서 보듯 선거전이 치열한 최근에도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모여서 공부를 하고 있다.


3월 9일 경제통계의 해석(국회 예산정책처 이인실 박사)


3월 16일 거시경제 정책수단과 정책효과(국회 예산정책처 김기승 팀장)


3월 23일 고령화사회와 복지(KDI 문형표 박사)


또한 참정연은 자기 색깔이 분명한 당내 의견집단이다. 우리는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의견을 모았으며, 국가보안법과 사립학교법, 언론관계법 등 개혁입법에 대해 외부전문가들과의 토론을 통해 의원들 간의 의견을 모아내고 당을 개혁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데 앞장서 왔다고 자부한다. 240시간 의총에 참정연 소속 의원들이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나는 당내 모임들이 유력한 선배들(즉 사람) 중심으로 운영되기 보다는 이처럼 분명한 자기 색깔을 갖는 의견집단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모임에 유시민은 단지 한 구성원일 뿐이다. 그가 옳은 주장을 하면 지지를 받고, 틀린 얘기를 하면 배척받는다. 이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유시민계가 아니다. 혹자들이 이름붙이고 싶어하는, 옛날 식 개념의 그런 유시민계란 없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있었던 일


소위 유시민파동의 쟁점 중 하나가 기간당원제에 대한 태도의 문제이다.


이번 전국 각 지역의 중앙위원선거, 상임중앙위원선거를 보면서 느낀 것이지만, 이제 우리당 안에 적어도 기간당원제를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다른 모든 것을 떠나 이 점을 참으로 행복하게 생각한다.


이렇게 행복하면 됐지 과거가 무슨 상관이랴? 그러나 이 문제가 핵심 쟁점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그동안 말을 아껴왔지만 지난 여름 당헌개정작업에 직접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할 말은 좀 해야겠다.


지금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지난 여름 왜 그렇게 치열하게 토론이 이루어졌는지 도통 모르겠다. 과연 지난 여름 기간당원제를 둘러싸고 쟁점이 없었단 말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기간당원제는 물건너갈 뻔했다. 당비내는 당원 개념은 과거 민주당에도 있었다. 핵심쟁점은 납부방법문제였다. “농촌지역 당원들은 계좌가 없는 사람이 많아 CMS가 어렵다” “핸드폰 결제도 노인들의 경우 자식들의 이름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관리가 불가능하다” “솔직히 그냥 입당원서 받기도 어려운데, 누가 매달 돈내고 입당하겠나?” “아직 정당생활을 많이 안 해봐서 너무 이상적 주장을 한다” 등등 참으로 설득력있는(?) 주장에 정말로 마음이 흔들린 적도 있었음을 고백한다.


농촌지역의 예를 들며 현금납부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주장이 너무도 강력하게 제기되었다. 다 알지만 현금납부가 허용되는 순간 기간당원제는 사실상 물건너가는 것이었다.


당시 평당원들이 7월 말부터 [전국당헌당규개악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급기야 8월 10일부터 당사에서 단식농성까지 벌였던 것은 모두 다 잊어 버린 것일까? 당시 모두가 다 기간당원제에 찬성했다면 왜 우리 평당원들이 뜨거운 한여름 휴가를 반납하면서까지 단식농성을 해야 했단 말인가? 말은 바로 해야 한다. 사람들의 기억력을 너무 무시하면 안된다.


유시민이 “이러다가 당이 쪼개진다”고 말한 것도 어떤 맥락에서 나온 말인지를 이해하고 비판해야 한다. 나는 이 얘기를 8월 염천에 단식농성을 할 정도로 기간당원제를 염원하는 당원들이 기간당원제가 좌절될 경우 당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얘기로 이해했다. 그리고 실제로 당시 당원게시판에는 이런 절박한 심정들이 넘쳐났다. 당시에 실제로 기간당원제가 물건너갈 지도 모른다는 절박감 속에서 단식농성도 하고 또 유시민의원이 거친 말도 쏟아냈던 것이 아닌가?


유시민 죽이기는 중단되어야...


최근 유시민 의원을 줄지어 비판하는 민주화운동 후배 의원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물론 나라면 유시민처럼 표현하지는 않는다. 나는 성품상 그렇게 일도양단식으로, 모질게 말하지 못한다. 유시민은 모두가 공인하는 ‘날카로운’ 칼럼니스트였고, 가끔은 내가 들어도 좀 심하게 이야기하는 적이 있어 핀잔을 주기도 한다.


기간당원제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고 여기에 앞장선 사람 중의 하나가 유시민이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우선 이 점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 당시 유시민 의원만큼 이 문제에 대해 노력을 못했다면 그에 대해 먼저 겸허하게 입장을 밝히고, 그 연후에 발언 스타일이나 표현양식에 대해 비판을 해 줬으면 좋겠다. 본질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스타일이나 말투를 놓고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운운해서는 안된다.


직책당비문제만 해도 그렇다. 대부분의 신문들이 오보했는데, 우리당 직책당비는 세비에서 원천공제되지 않는다. 매달 자율적으로 납부하게 되어 있다. 필요하다면 아마 우리당 의원들이나 당직자들 직책당비 납부상황을 모두 살펴 봐도 아마 며칠씩 늦거나 한두달 밀렸다 내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몇 달 밀린 것은 물론 잘못한 일이다. 싸움꾼은 더 완벽했어야 한다. 그러나 경기도당 위원장으로서 훨씬 많은 재정적 기여를 한 부분은 외면하고 몇 달 밀린 것을 본질의 문제로 당의 선후배들이 모두 나서 한대씩 쥐어박는 것은 너무 심했다.


날만 새면 또 새로운 사람들이 나서 유시민을 공격한다. 이제 상임중앙위원 선거가 불과 며칠 안 남았는데, 온 당이 유시민 제거작전에 나선 느낌이다. 오죽하면 동지이지만 경쟁자이기도 한 김두관 후보가 나서 엄호사격을 했을까?


한 반의 친구 중 누구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학생들의 자유이지만 조직적으로, 힘을 이용해서 누군가를 따돌림하면 이는 비도적이고 불법적인 일이다 마찬가지로 당내 선거에서 누구를 지지하고 싫어하는 것은 자유지만 특정인을 공격하는 글을 이메일로 거의 모든 대의원과 당원들에게 뿌리고, 당의 공식 직책을 가진 사람들이 기자들에게 이런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것은 비도덕적일 뿐만 아니라 불공정한 선거운동의 혐의를 피할 수 없다.


원래 오늘(29일) 유시민 의원에 대한 지나치게 일방적인 공격에 대해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는 내용의 문제제기를 하려 했다. 참정연 소속 의원들 외에도 몇몇 재선의원 선배들과 초선이기는 하되 대선배들까지 약 20여명 이상 동의를 구했지만, “이것 자체가 또 분란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심사숙고 끝에 입장표명을 유보하기로 했다. 만의 하나라도 더 낯붉힐 일은 피하기 위해서였다. 어차피 전당대회가 끝나도 우리는 계속 볼 사람들이 아닌가?


나는 이번 우리당 전당대회가 축제 속에 끝나기를 원한다. 그리하여 거기서 선출된 당의장과 상임중앙위원들이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분출된 기간당원과 대의원들의 힘을 받아 당을 잘 이끌어갔으면 한다.


이 지도부에 우리당을 개혁하고, 또 통합할 수 있는 분들이 당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포진했으면 한다. 그러려면 나머지 며칠이 중요하다. 정책과 노선에 대한 대의원들의 선택이 가능하도록 특정후보에 대한 몰매는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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