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생각
임 종 석 국회의원
시민일보
| 2005-03-31 21:21:21
{ILINK:1} 전당대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군요. 아울러 저의 대변인 임기도 이틀이 남았습니다.
요 며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많은 반성과 함께 말입니다. 인터넷 공간에서 의사소통에 성공해 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이 역시 저의 한계라 생각하여 다시 노력해 볼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흑백으로 판을 쪼개고 나서면, 판은 둘로 나뉘고 맙니다. 언론과 대중은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끝내 번지수를 갖도록 강요합니다. 균형이니, 합리니 하는 가치들은 상대적으로 힘을 잃게 되죠. 이미 제가 그런 조건을 이겨 가야하는 현실 정치인이라는 점을 자주 인식하면서도 좀처럼 익숙해지기가 어렵습니다.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요즘은 단연 개혁성이지요. 그 외 도덕성, 전문성, 결단력, 통찰력, 균형감각, 친화력 등 얼마든지 들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벌써 6년 째 정치를 하고 있는 저에게 단 한 가지를 꼽으라 한다면, 단연 대중성을 들겠습니다.
대중성이라는 말은 매우 복합적입니다. 그만큼 채워나가기가 어려운 것이겠지요.
특히 직접민주주의에 의한 참여정치가 꽃피고 있는 마당에는 대중성이야말로 정치인에게 가장 어려운 숙제라 생각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 면에서 탁월한 분이라 생각합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그 방면에서는 특별한 재주를 가졌지만 항상 부족한 2% 때문에 한 번도 존경할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정동영 장관도 이 분야에서는 발군이라 생각합니다.
부족한 부분은 순전히 자신의 몫이겠지요.
제가 마음으로부터 존경하는 김근태 장관은 종종 대중성에 대해 지적을 받곤 합니다.
하지만 그 분 역시 훌륭한 대중성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한 귀퉁이의 부족은 역시 자신의 몫으로 남아있는 거지요.
네티즌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유시민 의원 역시 대중성에 관한한 비상한 능력을 보여 줍니다.
하지만 유시민 의원의 대중성이 인터넷 밖으로 탈출하기 까지는 참으로 많은 산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역시 자신의 몫이겠지요.
대통령의 지지도와 당의 지지도가 상당히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당의 개혁성이 대통령의 개혁성을 따라 잡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시중의 말마따나 대통령은 안정감을 찾았는데, 당은 아직 불안해 보이는 걸까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는 유시민 의원이 정치권내 재야로 남아 있었으면 합니다.
서슬 퍼런 유시민의 역할은 거기가 더 맞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도부내에서도 얼마든지 논란을 벌일 수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지도부는 지지자들의 뜻을 거슬러 대통령과 정부의 짐을 나눠져야 할 때가 많습니다.
항상 지지자를 향해 움직인다면, 또 다시 그는 “궁중정치를 접으며” 당원에게 직접 호소하기위해 길을 나서야 할지 모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시절, 가기 싫은 곳은 끔찍이 가기 싫어 하셨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시간이 바뀌었고, 지금은 개혁세력이 여당으로서의 능력을 시험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혁지도부를 위해서라면, 장영달 후보가 지도부에 들어갔으면 합니다. 4선의 관록과 함께 유시민의원 못지않은 기개와 개혁성을 유지해 오셨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그 분의 지도부 입성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입니다.
또한 송영길 후보에 대한 지지도 각별히 부탁드립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14%대에 있을 때, 대선캠프 내에 상당수 사람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워 영남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집에까지 찾아가 농성 아닌 농성도 했습니다. 하지만 노무현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노무현이 옳았습니다. 다음 대선레이스가 시작되기 전까지 당은 개혁과 함께 단결을 중요하게 다뤄야 합니다.
개혁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반대자와 토론하고, 중간자를 포용해야 합니다.
경제를 살피고, 사회 구석구석까지 당의 온기가 느껴지도록 해야 합니다.
그 넓어진 지평위에서 대선 주자들이 맘껏 개혁경쟁을 하고, 수구보수세력과 싸워 이기도록 거름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이번 전당대회를 경험하며 반성을 통해 얻은 결론입니다.
유시민 의원을 비판했더니, 인터넷상에서는 매서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열심히 가족 부양한 자식을 향해 재산욕심 때문에 저러는 거라고 비난하는 놈들 정도로 비쳤나봅니다.
누가 더 개혁적이고, 누가 더 멀리까지 준비하고 있는 지는 차차 검증 받겠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무심하고, 당원들과 대화에 소홀했던 점에 대해서는 우선 반성하고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어느새 대변인 일이 일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홈페이지에 실린 따뜻한 비판처럼 제가 너무 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이 돌아보고 ‘초심’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늘 준비하고 공부해서 남북화해협력과 통일에 관한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고, 평화통일세력을 대변하는 정치인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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