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대응 전담기구 설치하라

노 웅 래 국회의원

시민일보

| 2005-04-05 20:01:12

{ILINK:1} 일본의 우리 역사 비틀기와 망언은 이제 지방이나 중앙정부를 가릴 것 없이 연타로 날아오고 있습니다. 처음에 일본 시마네현 의회가 “독도의 날”을 선포했을 때만 해도 일본 중앙정부는 “지방의회의 일”이라면서 평가절하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중앙무대 고위관리들이 나서서 시대착오적 망언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문부과학장관은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것을 학습지도요령에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차세대 총리감 1순위로 거론되는 자민당 간사장 대리는 “종군위안부는 허구다”라고 말했다가 사태가 악화되자 꼬리를 슬그머니 내렸습니다. 문부성 정무관인 자민당 의원 역시 참의원 문화과학위원회에서 “종군위안부 기술을 아이들 교육상 적절치 않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친한 이웃나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정신적 물질적 빚을 진 전범국가로서의 책임을 완전히 부인하는 몰염치한 태도. 고위관료를 중심으로 침략전쟁과 식민지 수탈을 미화하고 남의 나라 주권과 영토를 부정하는 작태를 연례행사로 반복하는 ‘집단광기’. 경제적으로는 세계최강이지만 국제사회에서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짐작되는 부분입니다.

이런 방자한 태도에 마음상하면서도 몇년마다 되풀이 되는 일본의 역사왜곡 망언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우리의 대응에는 문제가 없는지 되짚어보게 됩니다. 해괴망칙한 행태가 반복될 때 마다 일시적 울분만을 토로하고는 ‘냄비근성’이란 비아냥을 들으며 어느새 흐지부지 넘어가고 만다는 인식을 허용한 것은 아닌가, 염려가 됩니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대외적 관계의 틀 속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문제의 시정을 촉구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와 함께 우리 자신들의 문제는 없는지 돌아보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일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역사에 대한 외세의 의도적 비틀기는 80년대와 90년대의 일본 역사교과서 사건에 이어 작년에는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의 치밀한 왜곡으로 이어지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자랑스런 우리의 고조선 역사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이 일로 온나라가 분노의 격랑에 휩싸였지만 냉정히 따져보면 역사왜곡이 실질적으로 시정되는 가시적인 성과는 전무하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닌듯 보여집니다.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는 본 의원의 대표발의로 ‘중국의 역사왜곡 시정촉구 결의안’이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외교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30명의 국회의원들이 모여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대책특위’가 국회에 구성되어 있으나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역사왜곡 시정을 위한 전문 홍보시스템도 없으며 학문연구를 통해 우리 역사의 정통성을 바로 세울 전담기관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영박물관을 비롯 세계의 주요 박물관에 우리나라의 역사가 삼국시대부터 시작된다는 잘못된 연대기를 제공하고 있는데도 이를 그냥 두고 봐야 하는 이유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 하는 민족은 미래가 없습니다. 이제라도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역사왜곡 시정을 전담할 상설독립기관을 설치해야 합니다. ‘옥상옥’ 식으로 정부기구 하나 더 만들라는 뜻이 아닙니다.

여러 관련부처들이 약간씩의 책임회피를 겸해 체계적이지도 않고 일관성도 없는 대응책을 임시방편 격으로 내 놓아서는 역사왜곡을 바로잡을 수 없습니다. 일관된 정책목표와 조정기능을 가진 부처를 두고, 그 산하에 외국 교과서를 비롯 각종 영상물과 신문 방송 잡지 백과사전 등등을 분야별로 담당하는 전담실무팀을 두어 정확한 실태파악과 해결책 마련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이를 바탕으로 해당국 정부에 적극적으로 역사왜곡 시정을 요구하는 전방위 노력을 경주해야 합니다. 당연 외교통상부 문화관광부 교육인적자원부 등 모든 부처의 합치된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문제가 터진후에 아랫돌 빼서 윗돌로 올려놓는 식의 처방으로는 더 이상 역사왜곡을 막을수도 시정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 역사가 왜곡되기 이전에 관련 자료들이 집필되기 이전에 담당자들이 참조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역사자료를 그들이 참조하기 편리한 언어로 번역하여 제공하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신설된 상설독립기관에서 담당할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아울러 역사왜곡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기 이전에 다른 나라들이 제기한 우리 역사에 대한 해석을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논란이 있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확실한 사료를 발굴하여 학술적으로 뒷받침해 세계에 내어 놓아야 합니다.

다시 고개드는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강국들의 우경화 움직임과 패권주의 시도속에서 우리가 희생되지 않고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뼈아픈 반성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현실감과 균형감 있는 시각, 이를 바탕으로 한 냉철하고 효과적인 노력을 위해서는 역사왜곡을 근원적으로 예방하고 시정할 정부 산하의 상설독립기관의 설치가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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