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천재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자

이 주 호 국회의원

시민일보

| 2005-04-06 20:38:12

{ILINK:1} 얼마 전 8세의 어린 나이에 대학 수준의 미·적분을 척척 풀고 물리 이론을 학습하는 ‘과학천재’ 송유근군의 사례가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현재 송군은 현실적인 제도의 장벽에 부딪혀 본인의 학습욕구와 수준에 맞는 상급학교로의 진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수한 인적자원의 발굴·육성이 세계적인 화두인 지금, 우리의 영재교육, 더 나아가 교육제도의 경직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많은 이들이 2002년 3월 영재교육진흥법 및 동법 시행령이 발효됨으로써 영재교육 분야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 전까지 영재아에 대한 교육은 보통교육, 대중교육 그리고 평준화 교육에 가려져 몇몇 소수의 문제로 치부되어왔으며, 그 결과 체계적인 시스템을 정립하고 있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점차 영재교육의 필요성과 가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영재교육진흥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고, 이를 계기로 그동안 공교육이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영재아의 발굴·육성이 활기를 띠고 있다.

말하자면, 과거에는 영재교육 분야가 거의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데 비해 현재에는 한 단계 진전을 이루어 영재의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에게 접근 기회가 확대되는 등 토양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영재아의 특성을 최대한 고려하여 그들에게 적합한 교육을 제공하는 데 있어서 우리의 현행 제도는 너무나도 미흡하다.

흔히‘영재아’라고 통칭되는 아이들도 개개인마다 발달수준은 천차만별이며, 전문가들은 일반인에게서 나타나는 개인차보다도 영재아들 사이에서 목도되는 개인차가 훨씬 크다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영재아 중에서는 일반적인 트랙을 밟으면서 추가로 제공되는 (과외 과정)을 통해 영재성을 발현시킬 수 있는 아이들도 있고, 일반인과는 전혀 다른 교육경로를 제공해주어야 하는 아이들도 있다. 왜냐하면 특정 영역에서 영재성을 초월하여 소위 ‘천재성’을 보이는 학생들은 일반 교육이 수용하기 힘든 국외자(outlier)이기 때문에, 이러한 학생들을 일반인을 기준으로 설계된 기존 교육의 틀 속에서 제대로 가르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보다 특화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기존 제도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고 그에 걸맞는 교육기회가 제공되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의 교육제도는 이처럼 특별한 수준의 영재아들에게 예외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이 지닌 우수한 영재성을 사장시키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이는 국가·사회적으로도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외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는 자신의 능력에 따라 교육받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그러므로 이제라도 특별한 재능을 가진 영재아들이 그들에게 적합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행 영재교육진흥법의 개정을 통해 기존 학제에 대한 예외를 과감히 인정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즉 합당한 능력만 갖추었다면 학교급을 건너뛰는 파격적인 조기졸업 및 조기입학을 인정하여, 학교급에 구애받지 않고 초등학생도 고등학교, 아니 대학교에 진학하여 공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상기(上記)한 예외를 적용받을 영재아의 판별은 영재교육에 관한 전문적인 기관을 주축으로,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폭넓게 참여하여 공정한 심사를 통해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단 한 번의 기회만을 부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비하여, 심사 결과에 이의가 있는 학생 및 학부모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길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선별된 학생들에 대해서는 전문기관을 통해 그 학생이 본인의 특성에 가장 적합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일종의 교육컨설팅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지속적인 추후 지원 없이 단지 특례를 주는 것에 그친다면, 영재성을 극대화하고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기본 학제의 예외까지 인정하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특례 부여 이후에도 타고난 영재성 발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다양한 지도자(mentor)와의 연계 등 능력과 수준에 맞는 교육기회의 제공, 진로 개발 등이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상술한 예외 인정자로 선정되었다 하더라도, 차후 학생의 학습발달수준과 능력에 비추어 볼 때 해당 학생이 그러한 예외를 계속 인정할만한 능력과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고 명백히 판단되거나, 학생 스스로 본인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이 되면 특례자의 자격을 취소할 수 있는 방안도 동시에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세계는 지금 우수한 인적자본 확보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다. 천재 한 명이 수십만, 수백만을 위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작금의 시대에 우리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우수한 인적자본의 능력을 오히려 사장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반추해보아야 한다. 8살의 송군은 양자 전기역학을 완성한 미국의 리처드 파인만 같은 물리학자가 되어 노벨상을 타는 것이 꿈이다.

미래에 국가를 빛낼 예비 노벨상 수상자들이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지나치게 엄격한 우리의 교육제도 하에서 그 빛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과연 무엇이 그들과 우리를 위해 옳은 길인지 진지하게 숙고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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