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분쟁, 노무현 탓? 박정희 탓?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4-06 20:39:28
{ILINK:1} 한나라당이 `독도 이슈’를 이어가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지난 4일 오전 염창동당사에서 박근혜 대표, 강재섭 원내대표, 맹형규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독도는 우리땅’ 차량 스티커와 배지 부착 캠페인 착수를 선언했다.
한나라당은 이를 위해 흰색바탕에 녹색으로 독도를 도안하고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글씨를 새겨넣은 스티커와 배지를 각각 300만개씩 제작했을 뿐만 아니라, 당사 브리핑 뒷 배경판을 아예 대형 독도 사진으로 바꾸고, 그 위에 큰 글씨로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적었다.
물론 전 국민의 관심사인 ‘독도지키기’운동에 한나라당이 적극 동참하는 차원에서 전 당원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캠페인을 벌이기로 한 것은 나무랄 데 없이 잘한 일이다.
그러나 6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강재섭 원내대표가 “독도 분쟁은 노무현의 외교 잘못”이라고 지적한 것은 아무래도 정답이 아닌 것 같다.
더구나 박 대표는 그 같은 말을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독도 분쟁이 야기되도록 근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바로 박 대표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17일 1960년대 한일 협상과 관련된 외교 문서들이 공개되면서 일본이 독도 폭파를 제안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다.
1962년 9월 일본의 협상 대표인 외무성의 한 국장이 “사실상 독도는 무가치한 “섬이라면서” 크기는 ‘히비야’ 공원 정도인데 폭발이라도 해서 없애버리면 문제가 없을 것” 이라고 말한 사실이 외교문서에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1996년 공개된 미국의 외교 문서에는 박정희 정권하에서 ‘제 2인자’로 행세하던 김종필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오히려 일본의 오히라 외상에게 독도 폭파를 제안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고 한다.
그가 1962년 10월 일본에 건너가 한일 협정의 기초를 마련했던 이른바 ‘김-오히라 메모’에 합의하고 바로 미국을 방문해 미 러스크 국무부장관에게 보고한 내용이라고 하니 거짓은 아닌 듯 싶다.
그렇다면 독도 폭파를 한국측이 제안하고 일본측이 거절했던 셈인데, 이는 우리 사회에 널리 알려진 내용과는 크게 다른 것 아닌가.
만일 미 국무부가 밝힌 외교문서가 사실이라면(필자는 사실로 믿는다), 일본이 독도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선 것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특히 미국이 일본 편에 서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짜 독도가 한국 것이라면 폭파하자는 망언을 내뱉을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망언을 쉽게 할 수 있는 게 바로 친일파들이다. 독도가 우리 땅이 아니기 때문에 폭파하자는 제안을 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친일파이기 때문에 그 같은 제안을 했다는 말이다.
이것이 과거청산법을 올바르게 제정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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