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협상 파문을 바라보며

강 기 갑 국회의원

시민일보

| 2005-04-17 20:29:12

정부는 지난 한 해 동안 벌인 쌀 재협상 내용과 결과를 지난해 12월30일 WTO 사무국에 통보하고 그 구체적인 이행계획서를 제출하였다.

3개월의 검증기간을 거친 후 지난 4월12일 그 최종결과를 밝혔지만, 그 발표에 관하여 납득할 수 없는 많은 의혹의 파문이 퍼지고 있다.

작년 미국, 중국, 태국, 호주, 인도, 캐나다, 아르헨티나, 이집트, 인도 등과 벌인 협상은 쌀 단일품목에 대한 협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쌀과 전혀 상관없는 품목까지 상대국의 개방요구를 수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농민들은 또 다시 충격에 싸여있다.

더구나 지난해 12월30일 WTO에 쌀 개방 이행계획서를 통보하기 전에 중국, 아르헨티나, 캐나다와의 협상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전혀 공개하지도 않았으며, 더구나 해당 상임위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뿐이겠는가?

지난 4월12일 농림부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 4월8일 낮,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권영길 의원 사무실에서 권 의원과 본 의원에게 설명할 때에도 언급이 없었던 부분이다. 본 의원은 권영길 의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설명하는 자리에 함께 있었지만, 캐나다와 아르헨티나와의 그런 합의에 대하여는 간략한 언급이 있었지만 가장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는 중국과의 사항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같은 날 농림부 윤장배 통상정책조정관이 본 의원실에서 설명할 때에도 중국에 관련해서는 한 마디 말이 없었다.

그러나 15일까지 농림부가 밝힌 내용은 쌀 이외의 품목에 대한 양보를 하였으며, 이러한 사실을 숨기려 별 거짓말을 다 하는 농림부의 모습이 역력하다.

왜 이러는가.
캐나다, 아르헨티나, 중국과는 쌀 이외의 품목을 인도, 이집트와는 쌀 관련 부가적 협상을 하였음이 드러났다. 농림부가 4월15일 현재 밝힌 최종 별도 협상 내용을 보면, 중국과는 사과, 배, 양벚, 롱간, 여지 등과 수산물 조정 관세품목 축소 또는 관세 인하 등을 위한 공동 노력이고, 아르헨티나와는 닭고기, 쇠고기, 오렌지 등에 대한 수입위험평가절차의 원활한 진행이며 쇠고기는 구제역 발생국가이므로 열처리한 것으로 되어 있다.

캐나다와는 완두콩과 유채유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기로 합의하였다. 또한 인도와 이집트와는 식량원조시 쌀을 우선 구매토록 한다는 조건을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부는 그 동안 WTO 이행계획서를 제출한 이후 추가 협상을 한 나라는 인도뿐이라며 다른 나라와는 지난해 12월30일 이행계획서를 내기 전에 최종적으로 협상이 완료되었다고 누누이 밝혀왔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이러한 합의 내용들이 새롭게 밝혀지고 그것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고 쉬쉬하다가 지금에 이르렀다.

만약 농림부가 배, 사과 생산 세계 1, 2위인 중국과의 별도 합의가 가져올 파장과 국내 과수 농가들의 충격에 대하여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면 이야말로 안일한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자세이다. 아무리 수입위험평가 절차의 신속한 진행이 곧바로 수입개방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실제 신속한 수입절차와 관세율 인하, 식물검역정례협의회 출범노력 등은 상대국의 요구를 들어 해당 품목에 대한 수입개방을 앞당기겠다는 약속인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사안들을 농림부가 요약하는 과정에서 누락되었다는 등의 변명은 지난 2002년도 중국과의 마늘협상 파문 때의 기만적인 해명과 똑같은 되풀이다.

농민들에게 있어 이렇게 중요한 사안들을 협상단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대표에게 조차 알리지 않고 국회 해당 상임위에서 조차 다른 품목에 대한 양보는 있을 수 없다고 답변하고 최종 발표 2~3일 전 통외통위와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에게 사전 설명시에도 빠뜨리고(중국와의 부가 협상내용) 외교통상부 담당 과장은 작년 12월30일 이전에 부가협상이 있었다고 하고 농림부에서는 여론이 악화되자 WTO 통보 이후에 부가 협상이 이루어졌다고 하는 등 의혹투성이다.

실제 이러한 부가협상 내용도 문제이지만 작년의 쌀 재협상 내용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관세화 유예 10년을 받아 냈지만 의무수입물량 MMA는 100% 증가하고, 국가별 쿼터 물량 배정, 수입쌀 소비자시판 허용, 10년 후 재협상 포기(전면 수입개방 허용) 등은 실제 수출국들의 요구에 무릎을 꿇어버린 형국이며 이 정도라면 한국의 쌀 산업을 지킬 수 없는 협상 결과이다.

참으로 암담한 실정이다.

지금이라도 농림부는 모든 협상 전문을 공개하고 굴욕적 협상자세와 농민 희생과 기만적 내용이 있다면 평가 받고 협상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언제까지 우리 농업통상협상이 밀실협상, 이면협상, 굴욕협상으로 점철되어 질 것인가?

우리 나라 경제에 있어 통상협상이 차지하고 있는 배경은 막중하며 농업에 있어서 70%가 통상협상에 그 운명에 달려있다. 그럼에도 국회에 통상전문 자문기구하나 마련되어 있지 않다.

입법부가 통상 분야에 있어 전적으로 행정부의 정보와 의견에 치우쳐 판단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제 국회 내에 행정부의 통상업무를 감시하고 정확히 평가하여 지원 혹은 질책과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적 기구의 설치가 요청된다.

아무튼 작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논란과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쌀 재협상은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통하여 그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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