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보수'의 이명박 지지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4-18 21:10:47

{ILINK:1} 소위 ‘꼴보수’혹은 ‘올드라이트’라고 불리는 극우세력의 이명박 시장에 대한 지지가 잇따르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이 시장에게 약이 될까? 아니면 독이 될까?

우선 이 시장은 지난해 조갑제 당시 ‘월간조선’ 대표 등이 노골적으로 지지 입장을 밝히자, 측근을 통해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밝힌 바 있다.

물론 ‘꼴보수’의 지지가 그리 달갑지 않다는 뜻일 게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월간조선 대표직에서 물러난 조 씨는 지난 3일 오전 SBS TV ‘한수진의 선데이클릭’에 출연해 자신이 지지하는 차기 대권주자로 이명박 서울시장을 꼽았으며, 이에 대해 이 시장의 한 측근은 “조 씨의 이 시장 지지는 그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로 인해 이 시장이 손해를 볼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노무현 대통령 저격 패러디만평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극우 인터넷매체인 ‘독립신문’이 노골적으로 이명박 시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실제로 독립신문은 18일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등 20여개의 자유진영단체 대표와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나라당 대선후보군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1위를 이명박 서울시장이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사실상 이 시장에 대한 지지선언과 다를 바 없다.

물론 여론조사 대상자들 대부분이 독립신문과 교감을 나누고 있는 소위 ‘꼴보수’들로, 여기에서 1위를 했다는 사실은 이 시장에게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왜냐하면 이 시장은 이미 이들 ‘꼴보수’ 혹은 ‘올드라이트’와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는, ‘뉴라이트’에 손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뉴라이트와 이 시장이 연대하는 새로운 중도보수정당의 탄생을 예견하고 있는 마당이다.

누가 뭐래도 냉전시대의 반공이데올로기를 움켜쥐고 있는 ‘꼴보수’와 신자유경제주의를 추구하는 ‘뉴라이트’는 함께 할 수 없다. 이념적으로 서로 반대편에 위치해 있다는 말이다. 결국 ‘꼴보수’의 지지는 ‘뉴라이트’의 이탈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장은 시대에 뒤떨어진 ‘꼴보수’를 버리고 ‘뉴라이트’를 선택하는 게 당연한 수순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꼴보수’의 이 시장 지지가 잇따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이 시장의 애매모호한 태도 때문일 것이다. 진정으로 이 시장이 ‘꼴보수’와 등지고 ‘뉴라이트’와 연대하기를 원한다면, 스스로 냉전수구세력과 선을 긋는 분명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단지 측근의 입을 빌려, 우려를 표명할 것이 아니라 이 시장 자신이 직접 나서서 “당신들의 지지가 오히려 내 표를 떨어뜨린다”거나 “당신들의 생각과 내 생각은 다르다”고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꼴보수’들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냉전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더 이상 “친일보다 더 나쁜 게 친북”이라고 말하는 반공만능주의자들이 득세하는 그런 세상은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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