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시장, 우리당 입당???
정 봉 주 국회의원
시민일보
| 2005-04-21 20:21:00
염홍철 대전 시장이 우리당에 입당했다고 한다. 참으로 어지러운 심정이다. 염 시장이 입당 기자회견을 전후 해 언론에 밝힌 말을 다 믿을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염 시장의 말을 따르면 여권 핵심 인사가 먼저 제안을 하고 자신이 이에 응한 것으로 스토리가 전개된 것이라고 한다.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이전의 정치 행태를 되새겨 보면 이해가 갈만한 대목이다. 염 시장 본인도 오랜 정치를 해 왔고 말 그대로 정치판에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었을 터인데 대책 없이 무작정 입당을 결정했겠는가?
구체적으로 현장을 보고 증거를 확보하진 않았지만 이른바 우리당 지도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사들과 접촉을 해서 결정했다는 것은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누가 먼저 접촉하고 누가 나중에 이 제안을 결정했는가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양측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입당 결정을 하고 이러한 입당을 수용한 것만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사전에 충분한 협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한, 두개가 아니다. 솟아오르는 궁금증에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같은 당인가?, 정치적 지향이 비슷한가?, 각 당이 갖고 있는 당의 정체성은?, 근거는? 복잡하기 그지없다.
다시 곱새겨 보면서 정리해 보자.
염 시장은 누구인가?
이 사람의 개인적인 취향은 언급할 이유도 없고 관심도 없다. 하지만 평생을 한나라당과 맥을 같이 해 온 사람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한나라당은 무엇인가?
박정희 군사 독재 정권의 맥을 이어온 역사를 갖고 있다. 이 후계자로 태어난 전두환, 노태우 군사 독재 정권에 뿌리를 두고 있다. 광주 학살의 장본인이다.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왜곡시키고 민주와 통일 세력을 압살하면서 태동한 각종 간첩 조작 사건의 기획자이다. 인혁당, 남민전, 학림, 무림 사건,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중부지역당 사건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간첩 조작 사건의 최종 조정자이다. 지역감정의 조장을 통해 국토를 남북, 동서로 난도질하고 이의 기반 위에서 수십년을 떵떵거리고 살아온 그런 집단이다.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탄핵이라는 흉기로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압살하려한 그런 무자비한 집단이다.
그런 한나라당과 함께 뼈를 묻을 각오로 한 평생을 살아온 그런 사람과, 우리당을 죽이는 것을 역사적 소명으로 알고 살아온 그런 사람과, 함께 미래를 꿈꾸겠다고, 함께 정당 정치를 하겠다고 하니 어느 누군들 이해할 수가 있겠는가?
우리당은 어떤 정당인가?
지난 4월2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원 중심의 정당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당 지도부에 선출됐다. 그런데 이번 염 시장 입당 과정을 보면 당원 중심의 정당은 말잔치에 불과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뒤에서 사전에 담합을 하고 그리고 기간 당원들에게 묻는 과정도 거치지 않고 극소수 지도부가 결정해 버린 것이다. 이런 행태라고 한다면 기존의 제왕적 총재가 군림하던 시절의 정당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소수의 결정에 의해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나머지 당원들은 그저 말없이 쫓아와라! 이것이 어떻게 당원 중심의 정당이란 말인가? 이런 중요한 결정을 하면서 당원들에게 사전에 묻고 협의하는 과정을 어찌 거치지 않았냐는 것이다.
전체 당원들에게 물을 길이 없다고? 당협은 무엇이고 상무위원은 무엇이고 시도당 운영위원들은 무엇인가? 물을 길이 없었던 것이 아니고 물을 의지고 없었던, 당원 중심의 정당이 아니라 당권을 장악한 지도부 중심의 정당을 실천하자는 것 아닌가? 이런 말 이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공주, 연기 공천, 아산 공천, 염 시장 입당.
이 과정에서 당원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밀어 붙였던 일련의 과정을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다. 중부권 신당의 흐름을 차단하고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중부권 신당 건설 움직임은 과거 정치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망국적 지역감정에 기초해 과거 김종필의 향수에 젖어있는 충청도 일부 수구, 보수 세력에 호소하겠다는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고 또 다시 신지역감정으로 나라를 난도질하겠다는 중부권 신당 움직임에는 당연히 맞서 싸워야 한다.
이번 입당 결정은 우리당 정체성과 맞지도 않는, 원칙도 없는 결정이었다. 당원 중심의 정당 건설이라고 하는 당의 구조적 지향점도 외면한 것이었다. 중부권 신당을 차단하는 흐름을 형성하는데도 전혀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천만번 양보하더라도 당장 눈앞의 4.30 재, 보선에도 아무런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할 그런 결정이었다.
과거의 제왕적 총재의 모습이 재현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느끼면서 당은 도대체 무엇으로 사는가하는 점을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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