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시장의 ‘문화대통령’ 꿈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4-24 21:49:57
{ILINK:1} 이명박 서울 시장의 ‘문화대통령’ 꿈은 그저 희망사항일 뿐인가.
이 시장은 최근 차기대권을 위해 ‘문화인’의 이미지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사실 현대건설 출신의 이 시장은 ‘문화인’이라기보다는 ‘개발인’이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하게 박혀 있는 터라 그로 인해 본의 아니게 손해 보는 일도 많을 것이다.
따라서 하루빨리 그 이미지에서 탈피하고픈 유혹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실제로 이 시장은 최근 유럽순방 중에 체코 프라하 국립극장과 덴마크 코펜하겐 오페라하우스를 둘러본 뒤 “한강 노들섬에 최고 선진기술을 바탕으로 한국의 독창성을 지닌 21세기형 오페라하우스를 짓겠다”는 계획을 공식발표했는가 하면, 재단법인 세종문화회관 소속 예술단체 중 하나인 시 교향악단을 독립적인 재단법인으로 설립해 “세계적 수준의 교향악단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 시장의 명에 따라 서울시는 이미 노들섬 부지매입을 끝낸 데 이어 타당성 조사가 완료되는 이달 중 국제현상공모를 거쳐 건립일정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둔 상태다.
또 서울시 교향악단의 독립적인 재단법인화와 관련, 전국문화예술노동조합 세종문화회관지부가 ‘밀실행정’이라며 반발한 바 있으나 이를 아예 묵살하고 말았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 같은 계획은 충분한 사전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이루어진 졸속 결정일 뿐이다. 그 밀어붙이는 방식이 ‘문화인’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개발독재자’에 가깝다는 말이다.
‘불도저 시장’답게 과감하게 추진하는 것은 좋으나, 임기를 불과 1년 남짓 남겨둔 마당에 이 같은 대형 사업을 추진한다는 게 과연 합당한 것인가도 논란거리다.
더구나 2500억원에 이르는 공사비 조달방안도 마땅치 않다. 서울시도 예산 마련에는 아직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5년째 한 끼 식사비가 1520원에 머물고 있는 저소득 노인 도시락 지원과 같은 서울시의 복지 예산과 비교한다면 오페라하우스 건설은 예산 집행의 우선권에서도 결코 앞서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 시장은 왜 이처럼 밀어붙이지 못해 안달이 난 것일까.
필자가 판단하기에는 ‘개발독재’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문화인’ 이미지로 포장하고자 하는 이 시장의 과욕에서 비롯된 일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같은 방식은 오히려 시민들로 하여금 ‘이 시장=불도저 개발시장’이라는 인식만 더욱 강화시킬 뿐이다.
이미지는 억지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이 시장이 진정으로 ‘문화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같은 대형 사업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거기에 들어가는 막대한 예산을 소외계층의 복지사업에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서울에서 무려 9만7000여명의 학생이 굶주릴 위기에 처한 마당에 ‘노들섬 오페라하우스’가 과연 가당키나 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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