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

박태우 대만국립정치대 외교학과 객좌교수

시민일보

| 2005-05-02 21:03:23

{ILINK:1} 4.30 재·보선이 끝나고, 참패로 아픈 가슴을 어루만지고 있는 여당의 지도부는 분명한 깨달음을 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승리했던 국회의원 재·보선지역에서 한 석도 건지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를 알아야 한다.

일부 인사들은 여당이 확실한 개혁노선에 대한 국민들의 바람을 저버린 것이 큰 패인의 원인이라고도 한다. 혹은, 상투적으로 원래 재·보선에서는 여당이 항상 패배를 해온 것이 대한민국의 정치관행이라는 이야기도 한다.

필자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구구한 변명으로 들린다. 공천자를 마지막에 바꾸었든, 기타 선거 전술전략의 실패로 규정하든 그 것은 집권당의 자유이지만, 어떻게 원인분석을 하고 국정의 방향을 잡느냐가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에 처참한 패배후의 처신을 더 주의 깊게 보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 6명을 포함, 시장·군수 7명, 지방의원 10명의 총 23명 후보자 중 단 한 사람도 당선시키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현 정권의 정책추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이야기하는 실증적인 좌표요, 민심의 풍향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열린우리당의 최대 매력은 근대화·산업화 과정에서 기득권 세력들이 만들어 놓은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부패구조의 청산과, 지역주의에 기생하여 독버섯처럼 군림하고 있는 지역패권주의를 청산하겠다는 개혁의지였다.

물론, 외교정책 분야에서도 젊은이들의 감각적이고 평등의식에 기댄 반미자주의 깃발이 과거의 정권들이 행해온 굴종과 종속의 모습에서 벗어나는 신호탄으로 여겨져서 사회 곳곳에서 민족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도 눈 여겨 보아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초창기 참여정부의 개혁의지는 그동안의 이념적 노선에 기반한 편 가르기, 부의 편중을 이유로 빈층과 부층간의 적대감 조성, 국정운영에 있어서의 미숙함 등으로 점점 더 국민들로부터 신뢰감을 잃게 되었다.

국민들의 진정한 바람인 경제 회생을 통한 제2의 경제기적을 이룰 수 있는 정치역량의 축적이 미약하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민생경제의 목소리는 탄식으로 변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들의 약 80%가 극단적인 이념노선을 거부하는 온건한 실용주의자들이기에 관념론에 몰입된 입으로만 하는 정치는 이제 점 점 더 설자리가 없을 것이다.

굳건한 현실인식을 토대로 한반도 주변의 불안정한 안보환경에 대한 믿을만한 정부의 처방이 나와야 함에도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어정쩡한 태도로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느낌이다.

국정의 우선순위에서 긴급한 현안이 아닌 행정수도 건설의 무리한 추진으로 인한 백성들의 원망이 커졌고, 어려워만 가는 국민들의 일반 생활과는 거리가 먼 보안법 폐지를 밀어붙이는 집권당의 모습에서 정치인들의 우물 속에서 갇혀있는 옹색한 정치철새들의 모습만이 국민들에게 들어왔음이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잘 해서 이번에 대승을 한 것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그래도 집권당의 실정을 비판하고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거대 야당이기에 밉지만 할 수 없이 표를 던진 것이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여권은 물론, 야권도 심각한 자성의 목소리로 정치판이 거듭나는 산고를 겪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지난번 한 칼럼에서도 지적하였듯이, 이번 선거에서도 여지없이 과거 선거판의 구습을 재현하는 한국정치의 고질병을 고스란히 보게 되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고 보자는 심리로 한국정치의 절차적인 민주성에 대한 존중과 그러한 정치의 생활화는 아직도 매우 거리가 멀어 보이는 목표점이다.

정치권도 거듭나고, 우리 모두 거듭나는 새로운 계기가 되어야 한다.

오늘도 경제난으로 인해 고통 받는 서민들의 수는 하루가 멀다 하고 증가하고 있고, 중소기업을 하는 경영인들은 심각한 경영난으로 밤잠을 못 이루면서 삶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소수의 혜택 받고, 잘 나가는 계층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러한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이 정부는 똑똑히 알아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반도 주변의 안보상황은 점점 더 우리 정부의 통제력 밖으로 밀려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좋아서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안전과 우리 후손들의 평화로운 삶을 위하여 검증되지 않은 이론과 주장으로 미국사람들의 반한감정이 더 확대되지 않도록 사려 깊은 처신을 해야 할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속이 시원한 말로 그때그때의 어려운 국면을 일시적으로 돌릴 수는 있어도, 내실 있는 후속조치가 병행되지 않은, 전략을 결여한 정책이나 언사는 그러한 정책의 추진 및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이 빚어낸 엄청난 부정적 결과를 국민들이 고스란히 다 지게 될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올바로 믿고 기대려고 하지 않는 국민들의 일반 정서를 잘 헤아려서 이번엔 모든 정치권이 상생의 마음으로 거듭나는 환고탈태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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