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한 도깨비’ 박병석 의원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5-02 21:04:10

{ILINK:1} 열린우리당의 박병석 의원이 4.30 재보궐 선거 참패 원인에 대해 “충청권의 땅값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그야말로 ‘생뚱맞은’분석을 내놓았다.
오죽하면 한나라당이 논평을 통해 “도깨비가 무식하면 부적도 안 통한다”고 비아냥거렸겠는가.
실제로 박 의원은 2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열린 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 “행정중심 복합도시가 들어가는 연기·공주 지역의 땅 수용은 70~80% 이상이 연기군에서 이뤄졌는데 이곳에서는 우리가 몇천표 차이로 이겼다”면서 “그러나 공주에서는 졌는데 이곳은 땅이 매입된 곳보다는 규제되는 지역이 더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땅값이 안 올라 선거에서 졌다는 말이다.
도무지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다.
그렇다면 행정도시를 건설하려는 목적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백년대계가 아니라 오로지 충청도민의 표심을 땅값이나 조금 올려 잡으려 했다는 것 아니겠는가.
이는 충청도 도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발언으로 박 의원은 당장 이 말을 취소해야 한다.
더구나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마당에 여당의 기획위원장이라는 사람이 부동산 투기가 뜻대로 안 된 것을 한탄하고 있으니 이게 말이나 될법한 일인가.
가뜩이나 참여정부의 ‘투기와의 전쟁’ 선언이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정부가 최근 국무회의를 통해 산업교역형 기업도시의 최소면적을 150만평에서 100만평으로 낮추고, 기업도시 개발이익 환수비율을 실질적 지역낙후도에 따라 25%에서 85%까지 차등환수하는 내용의 ‘기업도시개발법 시행령’을 확정, 의결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번 정부의 시행령 의결은 기업도시 건설의 본래 취지를 훼손, 오히려 기업들에게 과도한 특혜를 부여해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기업의 부동산 투기를 조장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국민들에게는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하겠다고 공언한 참여정부가 뒤로는 기업들의 부동산투기를 묵인방조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겠는가.
행여 전국 곳곳에 부동산투기를 조장하고 땅값이 오른 만큼, 표심도 그만큼 모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표심은 그렇게 모아지는 것이 아니다. 정책에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박 의원의 이번 발언은 수도이전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일각에서 “수도이전할 경우 서울 집값이 절반으로 폭락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무지의 소치다.
다시 말하지만 땅값이나 집값에 따라 표심이 춤을 추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그만큼 영특하다.
다만 정치인들의 수준이 우리 국민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 점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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