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갈등 누가 부추기나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5-05 21:15:45
{ILINK:1} 대통령 자문기구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5일 검찰의 강한 반발을 불러온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잠정 확정했으나, 열흘 가까이 계속된 `형소법 파문’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마지막 핵심쟁점이었던 녹음ㆍ녹화물의 증거능력 부여문제에 대해 법원과 검찰 등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복수안을 상정키로 했기 때문이다.
물론 뒤늦게 철회하긴 했지만 서울중앙지검 평검사들이 이번 논의 과정에서 법무ㆍ검찰 최고책임자로서 인사권을 가진 김승규 법무장관에 대한 반감까지 표출했다는 점은 갈등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러면 이 같은 갈등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사실 사개추위가 제시한 ‘공판중심주의’나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어느 날 갑자기 던져진 의제가 아니다. 이미 인권 보호, 효율적인 수사, 공정한 재판 등 사법 서비스의 질 향상이라는 큰 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문제다.
따라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선 방안이 비록 검찰의 권한 분산 또는 권한 축소로 이어지기는 하지만, 검찰이 이처럼 심각하게 반발할 까닭과 명분이 없다. 물론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최선의 방안이냐는 데 대해서는 여전히 찬반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 아니겠는가.
여기에서 언론의 역할은 이 사회적 합의가 무난하게 이뤄지도록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일보 등 일부언론들의 보도행태를 보면 검·경갈등을 노골적으로 부추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오죽하면 민언련이 “이들 신문의 기본 시각은 한마디로 ‘검사들의 시련’”이라고 꼬집었겠는가.
실제로 민언련은 이들 신문이 “제도 개혁 논의를 검찰에 대한 부당한 압박이나 갑작스러운 ‘정치공세’ 쯤으로 규정하고, 검찰의 반발을 집중 부각하는 등 검찰의 대변지 노릇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마치 이 문제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다음에 불거져 나온 것처럼 규정하고 있다는 말이다.
심지어 이들 신문은 검찰측의 주장을 부각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검찰 관련 발언 등을 연결시켜 검찰이 ‘집중적인 공격’을 당하고 있는 것처럼 몰아붙이고 있다는 게 민언련 측의 주장이다.
그러니 검찰이 이처럼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정답은 아니다. 조선일보라 할지라도 검찰에게 수사와 기소 등 행형에 관한 모든 권한이 집중되었고 ‘자백’에 의존한 검찰 수사 관행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왜 이처럼 갈등을 부추기고 자꾸 사회적 합의를 어렵게 만드는가.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최선의 방안이 아니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그 대안은 무엇인가. 지금처럼 검·경갈등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그 대안을 제시해 주기 바란다. 만일 제시할 대안이 없다면, 제발 그 입 좀 다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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