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장 들어가면 졸린다!

국회의원 유승희

시민일보

| 2005-05-11 21:44:46

본회의장 들어가면 졸린다!

본회의장에서 조는 의원들 모습이 종종 카메라에 잡힌다.본회의장은 환기도 잘 안 되고 조명도 위에서 내려 쬐기 때문에 여차하면 졸기 딱 좋게 되어있다. 의자도 붙박이로 되어있는 회전의자인 데다가 구조적으로 의자에 팔을 척 걸쳐놓고 권위적인 포즈가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되어있다.

게다가 본회의장에는 국회법 상 노트북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고 규칙사항인지 신문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나도 처음에 신문 들고 들어가다가 경위님한테 제지를 당했다. 언제인가 임종인 의원은 큼지막한 007가방을 들고 들어가시다가 제지를 당했다. 본회의에서는 수십건의 법안을 일사천리로 처리하는데다가 찬반토론은 본회의 수시간 전에 의안과에 접수를 해야 할 뿐더러 소속 원내대표실에 보고를 해야 한다.

나는 지난번 이라크파병 연장 동의안 반대토론을 하기 위해서 의안과에 겨우 접수했는데 결국은 반대토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보좌관들도 본회의장에는 들어갈 수 없고 본회의장 덧문 앞에서 경위에게 메모지를 전달해야 문 밖에서 만날 수 있다.
의원들은 본회장에 들어가는 순간 거의 철창에 갇힌 신세 비슷하게 되어있다. 게다가 2층은 엄청나게 높이 있기 때문에 방청석과의 거리는 너무 멀다. 정말 끔찍하게 권위적인 회의장이다.

이제 포스트디지털세대라고 하는데 본회의장에 산더미 같은 법안서류를 쌓아두고 국회마크가 대문짝만하게 찍힌 보자기에 싸서 들고 나간다. 나는 서류를 이제는 절대 들고 나오지 않는다. 필요하면 노트북에서 꺼내 보면 된다.

작년 영국 BBC에서 토니블레어와 의원들이 이라크 참전관련 찬반토론을 하는 장면을 본적이 있다. 본회의장에서 수시간 동안 지속되는 블레어와 의원들간의 공방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언제나 저런 멋있는 토론이 있는 본회의장의 모습을 보게 될까 부럽게 본 적이 있다.

최근 진실과 화해, 규명을 위한 법안을 처리할 때도 정말 수십시간을 토론해도 부족할 텐데 몇몇 지도부에 의해 타결된 안에다가 가부만 던질 수밖에 없는 ,그래서 참으로 본회의장에서 조는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는 우리들의 무력한 모습에 자괴감마저 느낀다.

상임위조차도 법안소위, 예산소위로 쪼개놓아서 충분한 토론이 힘들고 상임위 전체회의에서는 위원별로 배당된 시간(5분 또는 10분)이 있다.
그래서 욕심 많은 의원들은 맘 좋은 의원들을 꼬셔서 질의시간을 앵벌이 해서 쓰는 상임위도 있다고 하는데 어쨌든 시간에 제약 없이 하나의 법안이라도 제대로 토론을 해서 통과시켜야 하고 다른 상임위 의원들도 참여하는 본회의장에서 다시 법안에 대한 숙의와 토론이 진행되어야 한다.

우리도 이제 밤새 끝장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밤새 신문지 덮고 새우잠을 청하거나 여야 몸싸움 장으로 인식된 본회의장이 아닌 멋있는 그런 본회의장 풍경을 보일 수 있기를 바란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