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은 ""그 입 다물라"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5-12 21:36:38
{ILINK:1}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이문열씨가 꼭 그 모양이다.
소설가인 이씨는 12일자 중앙일보에 게재된 ‘죄와 벌, 그리고 대통령선거’라는 칼럼을 통해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측의 병역비리 은폐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씨에 대해 법원이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은 너무 가벼운 형벌이라고 주장했다.
당락에 영향을 줄 수 있었던 ‘병풍’ 사건에 대한 처벌 치고는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처벌이 미약하다면 앞으로 유사한 불법 정치공작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심지어 “허위폭로로 물어뜯은 김씨의 질낮은 정치공작은 청부 하수인(下手人)의 비열한 저격에 견줄 수 있다”는 망발도 서슴지 않았다.
물론 이씨는 이 문제에 관한한 전문가가 아니라 단지 소설가일 뿐이다. 따라서 그의 말에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한낱 해프닝으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씨 혼잣말로 중얼거린 것이 아니라 대중매체의 칼럼을 통해 공개적으로 발언했다는 점에서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선 이씨는 ‘허위폭로로 물어뜯은’이라며 김대업씨가 허위폭로를 했다는 점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부터가 오류다.
이른바 ‘병풍(兵風)’의 핵심은 무엇인가. 바로 ‘병역비리가 있었느냐’의 여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이씨에게 묻겠다.
당시 이 후보측에 병역비리가 있었는가, 아니면 없었는가.
답은 ‘있었다’는 것이다. 만일 이런 사실을 모르고 칼럼을 썼다면 너무나 무책임한 것이요, 이런 사실을 알고도 썼다면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반하는 것으로 이씨는 사회지도층 인사로서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판결은 승소한 측이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할 일 아니겠는가.
결과적으로 병역비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낸 셈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은폐대책회의’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혹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당시 병무청장인 김길부씨가 공무원신분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인사를 수차례에 걸쳐 만났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겠는가.
만나기는 했는데, 은폐대책회의는 아니었다?
단지 인사차 만났다?
세상 천지에 그렇게 믿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특히 김길부씨는 이 후보 아들의 병역기록표를 감췄던 죄가 만천하에 드러난 당사자다.
그렇다면 뻔한 것이다.
김씨와 한나라당 인사들과의 만남이 ‘은폐대책회의’였다는 확증이 없을 뿐, 심증은 충분히 간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 씨는 ‘병풍’을 운운하기 이전에, 그 정황을 면밀히 살펴봤어야 옳았다.
모르면 제발 그 입 좀 다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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