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위에 오른 ‘6.25현충비’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5-16 21:10:19

{ILINK:1} 지금 서울 강북구청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다.

김현풍 구청장의 말 한마디로 6.25 현충비 건립사업이 적극추진되고 있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역 주민들은 그 사업취지조차 모르고 있다고 하니, 민선 10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버젓이 자행될 수 있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강북구청은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재정자립도가 29%로 최하위다. 돈을 아끼고 아껴 써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무려 주민혈세 4000만원이나 투입해 가면서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할 까닭이 무엇인가.

그 돈이면 초등학교 결식학생 118명에게 1년간 학교급식을 무상으로할 수 있다고 한다.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이라면 마땅히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6.25 현충비’라니 이게 가당키나 한일인가.
이는 다분히 내년 5월의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으로 선심성 행정이 확실하다.

이에 대해 강북구청 관계자는 “6.25 한국전쟁당시 전사자와 참전유공자의 숭고한 호국정신을 기리고, 그 뜻을 후손들이 대대로 이어가기 위해 현충비 건립을 추진했을 뿐 내년 지방선거에 특정단체의 표를 의식해 사업을 진행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으니, 참으로 가관이다.

그렇다면 4.19묘역을 ‘민주공원’으로 꾸미자는 요구는 왜 그토록 기를 쓰고 반대했는가.

4.19정신이 숭고하지 못한 탓인가?

그 뜻을 후손들에게 대대로 이어가도록 하는 것이 옳지 못하기 때문인가?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최근 민선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선심성 행정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오죽하면 감사원에서 지자체 병폐에 ‘메스’를 가하겠다고 나섰겠는가.

지금 감사원은 인력 300명을 투입해 전국 250곳을 대상으로 선심성 행사 등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예산편성·집행 실태 등에 대한 재무감사에 주력할 것이라고 하니, 이제 강북구의 이 사업이 도마 위에 오를 것은 자명해 보인다.

특히 강북구 주민대책위원회가 지난 14일부터 주민감사청구운동에 돌입한 마당이다.

따라서 강북구가 제 아무리 빠져 나가려고 해도 이제 빠져 나갈 구멍이 없다.
그동안 우리 시민일보는 “지방정부의 과도한 간섭은 지자체 발전은 물론 특정 지자체에 대한 표적 감사로 비춰질 수 있다”며 감사원의 대대적인 감사에 반대 입장을 밝혀 왔었다.

하지만 강북구의 이 같은 선심행정을 지켜보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강을 잡겠다는 중앙정부의 의지가 새삼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됐다.

민선 10주년이 됐으나 지자체에 여전히 중앙정부의 간섭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그저 서글플 뿐이다.


[ⓒ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근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