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탑’책임소재 따질 때인가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5-17 19:43:09

{ILINK:1} 서울역 한복판에 세워진 ‘경축5.18탑’과 관련, ‘경축’이라는 문구를 둘러싸고 책임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그 탑은 여전히 문구를 수정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버티고 서 있다.

이제 하루만 더 지나면 ‘5.18’ 기념일이다. 광주에는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단 추모행렬이 줄을 이을 것이다.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단다’거나 ‘추모행렬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이날은 ‘경축’할 날이 아니라, 바로 폭압적 세력에 항거하다 숨져간 광주영령을 추모하고 광주민중항쟁을 기념하는 날이라는 사실을 뜻하는 것이다.
그동안 열린우리당과 서울시는 이 문구를 둘러싸고 여러 차례 공방을 벌였다. 먼저 열린우리당이 지난 13일 포문을 열었다.

5.18은 수천명의 시민들이 전두환 군부독재에 항거해 시위를 벌이다 진압군의 총칼에 처참히 죽어간 항쟁으로 ‘경축’이라는 문구는 광주민주영령들을 모독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경축’이라는 문구를 기념탑에 새겨 넣은 책임이 서울시에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서울시는 다음날 ‘경축’이라는 문구는 자신들이 만든 문구가 아니라 5.18민중항쟁행사위원회와 서울보훈청이 요구한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을 향해 “알지도 못하면서 비난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또다시 이틀이 지난 16일 “2004년 5.18민주항쟁기념위원회와 서울지방 보훈청이 서울시에 요청한 자료에 의하면 ‘기념 제24주년 5.18민주화운동’으로 탑을 제작해 달라고 되어 있음에도 서울시가 ‘경축 제24주년 5.18민주화운동’이라는 ‘경축탑’으로 둔갑시켰다”며 “거짓말하지 말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기념홍보탑의 ‘경축’이라는 단어는 5.18 민중항쟁 25주년 서울기념행사위원회와 서울지방보훈청의 요청에 의해 씌어졌고 지난해에도 똑같이 ‘경축’이란 단어가 사용된 바 있다”는 기존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렇게 공방이 오고가는 것을 지켜보노라면 ‘경축’이라는 단어가 잘못됐다는 점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인정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책임소재에 대한 논란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책임소재를 따지기 이전에 먼저 담당기관이 나서서 잘못된 부분을 수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책임소재는 그 이후에도 얼마든지 따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기념탑을 세운 기관이라면, 당연히 시가 나서서 이 문구를 수정했어야 옳았다. 그런데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무슨 심보인가.

그럴 리야 없겠지만 혹여 ‘5.18’을 진짜로 경축하고 싶은 속내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만에 하나 당일까지도 문구가 수정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된다면, 우리는 서울시의 그 속내를 확인한 것으로 알겠다.

정녕 그런 뜻이 아니라면 서울시는 5월18일이 5.18영령들을 위로하는 경건한 날이 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서둘러 문구를 수정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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