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자해는 금물
국회의원 김태년
시민일보
| 2005-05-18 21:03:26
꽤 긴시간 전당대회와 재보선 패배 후유증을 앓았습니다.
나란히 당원지지도 1, 2위를 다퉜던 유시민, 김두관 후보가 막상 뚜껑을 열어놓고 보니 한분은 겨우 턱걸이, 한분은 낙선이었습니다. 정당개혁론자들에 쏟아지는 비난도 가슴 아팠습니다.
이제 와서 제가 전당대회 결과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하는 것도 생뚱맞기 그지없겠고, 그냥 중앙위원회에 제출될 전당대회 평가서를 기다리겠습니다.
바로 이어진 재·보선에서 우리당은 참패했습니다. 그것도 23:0이라는 처참한 스코어입니다.
한동네나 다름없는 옆 지역구 국회의원 재선거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저로서는 이번 결과에 대해 큰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무기력증 비슷한 걸 앓았습니다.
이제 서서히 이 무기력증에서 탈출하고 싶습니다. 넋 놓고 있을 만큼 우리 앞에 닥친 상황들이 넉넉치 않아서 입니다.
최근 부쩍 민주당과의 합당론이 많아졌습니다. 동네에서 한나라당의 득세를 걱정하시며 애정을 갖고 말씀해주시는 당원들이나 주민들의 이야기는 이해 못할 바 아닙니다.
하지만 당지도부는 신중하게 발언해주셨으면 합니다.
더구나 성남 중원구의 예까지 들어가면서 말씀하시는데 정확한 분석도 아닙니다.
선거기간 중에 상중회의에도 제출된 모든 여론조사보고서나 기타 다른 여론조사를 종합해볼 때 호남표는 민주당으로 나눠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민노당 후보쪽으로 나눠지는 게 훨씬 많았습니다.
성남 중원구에서 민주당의 김강자 후보가 받았던 표는 11.6%정도 됩니다. 만약 돈 봉투 사건이 없어서 정상적인 투표행위가 이뤄 우리당지지층의 기권이나 민노당으로의 이탈이 없었다면 아마 한자리 숫자로 떨어졌을 거라는 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만약 총선거였다면 더 떨어졌을 겁니다.
지금은 그냥 산술적이고 정치공학적으로 민주당과의 합당을 애걸할 때가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국민들께 감동을 드리고 우리당 당원들께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할까를 고민할 때입니다.
이번 선거를 치루면서 뼈저리게 다시 깨닫게 된 것은 우리당은 운명적으로 호랑이 등에 타고 있는 형상이라는 겁니다. 뭔가 끊임 없이 변화와 열정, 다이내믹해지지 않으면 호랑이등에서 내려 호랑이에게 잡혀 먹힐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절대적 지지자가 한나라당보다 훨씬 적습니다. 더구나 변덕도 심합니다. 조금만 정체되어 있어 보이면 가차 없이 지지를 철회해 버리는 무서운 호랑이를 우리는 지지자로 갖고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합당은 대의명분이 서고, 국민이 원하면 당헌당규에 따라 논의하면 됩니다.
지금 구걸하다시피, 마치 민주당과 합당하지 않으면 우리당의 운명이 내일 당장 어떻게 될 것처럼 얘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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