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에 이명박은 없었다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5-19 20:38:44
{ILINK:1} 5.18을 맞아 여야 각 당 대표 등 유력 정치인들이 모두 광주를 찾았다.
물론 5.18 열사들의 넋을 기리기 위함이지만, 호남민심을 끌어안기 위한 정치적 포석이 담겨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열린우리당에서는 문희상 의장 등 50여명의 현역 의원들이 기념식에 참석했고, 한나라당에서도 박근혜 대표를 비롯, 7~8명의 의원들이 광주를 찾았다고 한다.
민주노동당의 김혜경 대표, 민주당의 이낙연 원내대표도 이날 참배를 했으며, 심지어 우익정당의 자민련 김학원 대표도 이날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 꼭 참석해야 할 이명박 서울시장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반면 같은 수도권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이면서, 동시에 차기대권 경쟁관계에 있는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일찌감치 기념식장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그렇다면 이 시장은 왜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일까?
이 시장은 한나라당 소속 정치인들 가운데서 가장 적극적으로 ‘호남 끌어안기’를 시도한 사람이다.
실제로 이 시장은 지난달 18일 서울시 산하 구청장들을 대동하고 전라남도를 방문, 전남도청에서 박준영 전남지사와 `전남-서울 시·군·구 합동 자매결연식’을 개최한 일이 있다.
서울시와 다른 지자체 사이의 협정 체결식은 서울에서 여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날은 서울에서 자치구청장들이 대거 전남으로 내려갔다고 하니 가히 ‘파격적’이라고 할만 하다.
호남에 대한 이 시장의 애정공세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서울시는 지난 1월26일부터 29일까지 전남 5개 시 17개 군 초등학교 5~6학년 44명을 초청, 서울가정 ‘홈스테이’행사를 가졌으며, 특히 전남 어린이들이 서울시청을 방문한 지난 27일에는 이 시장이 직접 어린이들을 맞이하면서 “서울과 전라남도는 우호 관계를 맺은 친구 사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2월2일부터 4일까지 서울시는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에 전남의 목포 여수 순천 등 22개 시·군 전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직거래장터를 개설해 주기도 했다.
올해 들어 매월 한차례 정도는 호남을 위한 대규모 행사를 열었다는 말이다.
이처럼 호남에 대한 정성이 극진했던 이 시장이다. 따라서 호남에서 열리는 기념식에 이 시장이 참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 그가 유독 5.18 기념식을 외면한 이유는 무엇인가.
서울역 앞에 세워진 5.18탑과 관련, 그동안 ‘경축’문구를 둘러싸고 숱한 논란이 있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책임소재를 따질 뿐, 이 문구를 수정하지 않았다. 우리는 서울시가 끝내 이 문구를 수정하지 않을 경우, 5.18을 ‘경축’하고자 하는 속내가 담겨 있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 시장이 이날 기념식에 불참한 것은 그것이 ‘경축식’이 아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면 지나친 것일까?
이 시장의 분명한 답변을 듣고 싶다. 만일 ‘종묘공원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기 위함’이라고 해명한다면 그야말로 ‘소가 웃을 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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