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이 이명박 광장이냐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5-25 21:24:07
{ILINK:1} ‘시청광장’을 조성할 때부터 알아봤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 대로 잔디를 보호한다는 명목아래 제정된 ‘서울광장 이용조례’가 말썽을 빚고 있다.
서울시는 내달 11일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릴 예정인 열사추모제를 불허하고 말았다.
불허이유라는 것이 고작 “조례에서 정한 서울광장 조성목적이나, 광장환경 관리측면에서 서울광장 행사로는 부적합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란다. 참으로 궁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다.
일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권리를 제한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거니와, 경찰에 대한 집회신고와 별도로 서울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은 여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서울광장은 공공장소이지 이명박 시장의 개인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시장 입맛에 따라 어느 집회는 허용하고, 어느 집회는 불허하는 등 이 시장은 마치 자신의 안마당이나 빌려주는 것처럼 취사선택을 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광장에서는 이번 추모제와 같은 형태의 추모제가 여러 차례 열린 바 있다.
지난 2004년 6월 천주교인권위 주최의 군·경 의문사 희생자를 위한 추모제와 같은해 11월 칼(KAL) 858기 실종사건 17주기 추모제 등 여러 형태의 추모제가 바로 서울광장에서 열렸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 서울시 의회가 주최한 ‘수도분할저지 범시민궐기대회’를 비롯, ▲2004년 6월 ‘대한민국 안보와 경제살리기국민운동본부’가 주최한 ‘한미동맹 강화와 경제살리기 위한 6.25 대각성 비상구국기도회 ▲같은해 8월 독립신문(대표 신혜식)이 주최한 ‘8.15행사 기념연설 및 국민축제’ ▲같은해 10월 열린 ‘나라와 민족을 위한 구국기도회 및 국민대회’ 등 우익성향의 정치적 집회도 모두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서울광장 개장 한달 만에 민주노총과 민중연대 등 8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개악 집시법 대응 연석회의’가 서울시에 광장 사용승인을 요청했으나, 시는 당시 “서울광장에서 정치적 성격의 집회를 허용할 수 없다”며 이를 완강하게 거부했었다.
그러던 서울시가 극우단체의 `10.4 국보법 사수 국민대회’에 대해서는 아주 관대하게 사용을 승인해주고 말았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겠는가.
바로 이명박 시장 입맛에만 맞는 행사를 골라 허락해 광장을 사유화하겠다는 의도 아니겠는가.
따라서 집회·시위의 권리를 제한하는 서울광장 이용조례는 즉각 폐지돼야만 한다.
사실 집시법의 규율대상인 집회·시위 업무는 전형적인 국가업무로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무가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다 집시법보다도 엄격한 규제수단을 조례에서 도입했다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시장은 서울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라도 ‘꼬마집시법’이라고 불리는 ‘서울광장조례’의 폐지를 진지하게 검토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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