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을 재정비하라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5-31 20:50:20
{ILINK:1} 지금 청와대에서는 정말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대형 국책사업의 추진 방식과 관련, 시스템상의 난맥상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일단 노무현 대통령이 정찬용 전 인사수석에게 서남해안개발사업 추진 임무를 부여한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행담도 개발사업과 청와대 사이에 복잡하게 얽혀있던 의혹들도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청와대의 당초 설명처럼 행담도 개발사업을 둘러싼 문제는 동북아위원회만의 판단 착오 때문이 아니라 국정운영 최고 책임자인 노 대통령의 적절치 못한 임무 부여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명박 서울시장의 지적처럼 비전문가들의 아마추어적인 사업추진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믿을만 하다’는 말만 철석같이 믿은 검증시스템의 부재는 너무나 어이가 없다.
청와대라고 하는 곳이 정말 이처럼 허술했던가.
사실 행담도 개발사업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이었다.
국책사업에 문외한인 정찬용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에게 일이 맡겨진 것부터가 잘못이라는 말이다. 특히 행담도개발(주) 김재복 사장을 과도하게 믿고 의존한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찬용 수석은 지난해 5월 서울대 문동주 교수로부터 싱가포르 자본 유치의 전문가인 것처럼 보이는(?) 김 사장을 소개받았다고 한다.
아무래도 정찬용 수석이나 문정인 동북아위원장, 정태인 비서관 등은 김 사장이 서남해안개발사업, 즉 ‘S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를 쥔 대단한 인물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이 과정에서 김 사장에 대한 검증작업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직 캘빈 유 주한 싱가포르 대사의 “믿을만 하다”는 서신을 액면 그대로 믿었을 뿐이다.
실제로 청와대 관계자들은 캘빈 유 주한 싱가포르 대사의 서한을 근거로 행담도 개발사업을 ‘S프로젝트’의 시범사업으로 선정한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정 전 수석이 이 서한을 정태인 당시 동북아위 실장에게 전달하고, 동북아위가 이때부터 행담도개발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까닭이 없지 않는가.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는 어리석은 청와대 관계자들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것이 그동안 참여정부가 자랑해온 ‘시스템에 의한 국정운영’의 모습이라면 여간 실망스러운 게 아니다.
하지만 보다 큰 문제는 무너진 국정운영시스템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이와 유사한 사례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청와대는 이 같은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국정운영시스템을 조속한 시일 내에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이제 아마추어들을 프로로 교체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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