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그의 功過를 함께 보자
고하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6-15 20:45:50
{ILINK:1}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관련, 오늘은 독자들로부터 단단히 욕먹을 각오를 하고 이 글을 쓴다.
특히 수천명이 정리해고로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수십곳의 대우그룹 납품업체가 도산을 당했다고 하니, 그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들에게는 더욱 미안한 마음이다.
하지만 그가 한국경제에 미친 공(功)을 지나치게 간과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신문팔이와 빙수 장사, 열무 장사하던 소년에서 한국의 대기업 대우 그룹 회장이 되기까지 그의 인생역정은 우리 나라의 경제만큼이나 파란만장했다고 한다.
그는 15만 대우인의 선봉장이 된 이후 ‘세계경영’을 선언하며 자기의 뜻을 유감없이 발산했고, 그로인해 대우인은 이 지구상 어디에 있든지 도전, 창조, 희생정신을 지니게 됐다고 들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는 ‘세계를 경영한 사나이’였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지난 14일 귀국하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 초라했다. 검찰로부터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됐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 적용 검토하고 있는 혐의는 ▲41조원대 분식회계 ▲9조2000억원 대출사기 ▲대우자동차판매㈜의 최기선 당시 인천시장에 대한 뇌물 공여 및 송영길ㆍ이재명 당시 민주당 의원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공정위에서 독점규제 위반과 관련해 허위자료 제출로 수사의뢰한 혐의 ▲200억달러(2조원대) 해외 밀반출 혐의등 크게 다섯가지다.
물론 이들 가운데 무엇 하나 소홀히 다룰 수는 없을 것이다.
그의 기업가 정신마저 폄하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실제로 그는 70년대 말부터 조선과 기계, 자동차 등 기간산업을 집중 육성했고, 동유럽을 비롯한 해외시장을 공략하면서 세계 경영을 선도했다.
특히 수출을 늘려야 제조업이 성장하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생각을 경영진에게 수시로 강조하기도 했다. 거의 쓰러져가는 옥포조선소를 맡아 정상궤도에 올렸는가 하면, 한국기계를 인수해 곧바로 이익을 내기도 했다.
지나친 열정에 따른 빚더미 경영, 오랜기간 해외도피로 책임을 지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이 같은 공로마저 짓밟는 것은 아무래도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그는 18년 전부터 프랑스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스스로 한국국적 회복을 신청하겠다고 말하지 않는가.
이는 결코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뜻일 게다.
따라서 그에게 책임을 물을 것은 묻되, 그의 공로가 있다면 마당히 그 공로를 인정하는 사회적 풍토가 조성돼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이땅에서 사업을 하고 싶지 않다는 사업가들에게 사업의욕을 북돋아 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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