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軍)의 근본
송 영 선 국회의원
시민일보
| 2005-06-20 19:22:36
우리 국민에게 군대는 가족과 마찬가지다. 우리 국민 어느 누구도 군(軍)과 동떨어진 삶을 가질 수 없다. 가족이나 친지, 동료 그리고 선·후배, 어느 누군가는 지금 현재 군에서 복무 중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군(軍)에서 생산된 뉴스는 곧 우리 가족의 소식이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국방부 발표는 우리 가족의 소식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들뿐이다. 언제 우리 군이 이토록 실망시켰던 적이 있었는가 싶다.
내무반에 잠들어 있는 동료들에게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난사해 무려 8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국방부의 발표는 차마 우리 국민들이 들어주기조차 힘든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적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최전방 GP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평소 상급자로부터 언어폭력에 시달린 결과, 이처럼 우발적인 범죄를 저질렀다는 조사결과에 대해 솔직히 우리 국민은 어디서부터 그리고 무엇부터 문제를 삼아야 할 지 할 말을 잃게 된다. 우리 군의 기강이 해이해진 결과 빚어진 사건이라면, 지난 1월 훈련소 인분사건이 발생한 뒤, 마련한 각종 장병복무개선 조치들은 어떻게 됐다는 말인가? 구타 및 가혹행위 등이 적과 대적한 군대 내부를 스스로 허물어뜨리는 자폭행위임을 강조하며, 일소(一掃)를 다짐했던 군 지휘부의 책임을 어떻게 물어야 할 것인가?
어처구니없는 총기난동사건 이틀 전에는 강원도 철원 지역에서 북한군 병사가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지 4일 만에 그것도 주민들에 의해 발견, 검거되는 사태가 빚어졌었다. 그 지역은 다름 아닌 지난 해 10월, 3중 철책을 뚫고 신원미상자가 월북한 지역 인근이다. 당시 대책을 내놓으면서 향후 첨단 장비를 동원하고 근무기강을 확실히 정비하는 등 무수한 대책을 내놓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번 사태로 국방부에서는 도대체 어떤 추가 대책이 더 나올 수 있을지 오히려 궁금해 진다.
어디 이뿐이었나? 동해상에서 술 취한 어부가 해상경계망을 뚫고 월북한 것이 바로 얼마 전이고, 해군이 서해 대청도 그 중요한 군사기지에서 특수작전용 보트를 잃어버린 것도 엊그제 일이다.
이제는 더 늦기 전에 우리 군의 근본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우리 군의 철책이 뚫리고, 적을 제대로 잡지도 못하고, 수류탄과 총탄이 누구를 겨냥해야 하는 지도 불분명해지는 상황이 되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 다음에 각각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전방의 우리 장병들은 누구로부터 이 나라와 가족을 지켜야 하는 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누구와 싸워야 할지도 불분명한 장병들에게 교육과 훈련을 통해 단련시킬 수 있는 게 과연 무엇인가?
직면하고 있는 적을 애써 무시하고, 다지고 다져야 할 반석(盤石)인 군 기강(紀綱)을 제쳐둔 채로 ‘성과 있는 국방개혁’만을 부르짖고 있는 군 지휘부는 이번 기회에 뼈 속 깊은 성찰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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