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서울시장의 역할

고 하 승 편집국장

시민일보

| 2005-06-26 20:25:36

{ILINK:1} 내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꿈꾸는 여야 인사들이 종종 필자에게 ‘차기 서울시장출마 공약으로 무엇을 내세우면 좋겠느냐’고 질문한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주저 없이 ‘청계천 복원의 완성’을 공약으로 내세우라고 권한다.

그러면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청계천 복원은 이미 이명박 서울시장이 끝낸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과연 그러한가. 우선 청계천 복개는 일제가 계획했고, 그것을 독재자 이승만과 박정희가 이어받아 완성시켰다. 한마디로 그들은 서울을 상징하는 역사유적 청계천을 없애는 일에 의기투합했던 것이다.

따라서 청계천 복원이라 함은, 단순히 인공적으로 물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일제와 독재자들이 없앤 역사유적 청계천을 되살리는 일이라 할 것이다.
서울시민들이 염원했던 청계천 복원도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시장의 청계천 복원은 사실상 ‘청계천 조경’에 지나지 않는다. 역사유적 청계천을 되살리지 못했다는 말이다.

물론 이 시장은 청계천을 뒤덮고 있는 거대한 구조물인 청계고가도로와 청계로를 철거하는 일에는 일단 성공을 거두었다.

이 공사는 이 시장의 취임 1주기인 지난 2003년 7월1일에 착공, 같은 해 8월 말에 모두 끝났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청계천을 복원하는 일에서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다.

복원공사의 공식적인 절차는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서 이루어지도록 조례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의 심의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

결국 서울시는 멋대로 공사를 추진하면서, 세종 당시 쌓아놓은 석축을 완전히 파괴하고 말았다. 실제로 서울시는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석축을 밀어 없애고 계획대로 무지막지한 시멘트 옹벽을 쌓았다. 결국 이명박 시장은 청계천복원사업의 이름으로 그나마 어렵사리 남아 있던 석축을 모두 걷어내 없애 버리고 말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더욱 큰 문제는 청계천이 ‘인공하천’으로 복원되고 있다는 점이다. 청계천의 발원지는 이번 복원 시작 지점에서 2.4km 상류인 북악쪽 삼청동천과 2.2km 상류인 인왕산쪽의 백운동천이며, 이 두 물줄기가 동아일보사를 지난 직후 합쳐져 본류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상류에서 흘러온 맑은 물은 복원되는 청계천으로 흐르지 못하고 모두 하수관로로 그냥 흘러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청계천복원을 통해 청계천뿐만 아니라 이와 이어지는 상류지천과 서울에서 사라진 도심하천의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질 것이라는 말이다.

결국 자연하천으로의 복원이 아니라 중랑천에서 정수한 물을 끌어들여 흐르게 하는 인공적인 방식으로 거대한 조경을 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차기 서울시장은 누가 선출되든 잘못된, 미완으로 끝나버린 청계천 복원사업을 제대로 추진해 자연하천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그런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라면 그가 누구든 기꺼이 그에게 한 표를 행사할 의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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